우리는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한다

수미산정에서 내려다보는 

오늘의 한국

여야가 합의한 것처럼 

헌재의 결정에 모두가 

승복해야 할텐데

불안하다 

걱정스럽다

휴일 새벽을 조심해야 한다. 북한은 일요일 도발을 좋아한다. 6·25가 그랬다. 지난 12일 일요일 아침 7시55분, 북한은 평북 구성의 방현 비행장 일대에서 탄도 미사일을 발사해 500km 떨어진 동해상에 떨어뜨렸다. 

무심코 뉴스를 보던 아내가 문득 혼잣말처럼 ‘지금 우리가 이러고 있을 때인가?’하는 것이었다. 손자에 푹 빠져있는 아내는 요즘 나라 돌아가는 꼴에 걱정이 많다. 며느리가 둘째를 갖자 그 걱정은 더해졌다. 아내의 소원은 오직 하나다. ‘우리 귀여운 손주들이 살아갈 내 나라가 평화롭기를···.’

피트니스센터에서 트레드 밀 위를 걷고 있는데 TV 뉴스에 미·일 정상이 만찬을 하다가 갑자기 보좌진에 둘러싸여 북한 미사일 발사 보고를 받고 트럼프 대통령은 어딘가로 전화를 하는 등 공개 상황실로 돌변하는 장면이 나온다. 심야 긴급 기자회견 모습도 나온다. 내 옆에서 걷고 있던 사람이 중얼거린다. ‘저랬어야 하는 거야.’

김정일의 장자 김정남이 피살당했다. 동생의 집권 후 해외를 떠돌던 그가 독극물이라는 북한 특유의 살인 기구의 제물이 됐다. 목욕탕에서 만난 이웃 사람이 발가벗은 채 내게 다가와 나직이 말한다. 그는 수출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요즘 거래선들이 너희 나라 괜찮으냐고 물어와요. 원 창피해서···.’ 평생 신용을 잃어본 적이 없는 그가 바라는 것은 외국과 장사하기 좋은 나라일 뿐이다.

토요일에는 광화문에서 대한문까지 인파로 뒤덮인다. 광화문 쪽은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대한문 쪽은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여 구호를 외친다. 그 사이에는 경찰차가 이중 차벽을 치고 충돌을 막고 있다. 새로운 남북 분단이자 비무장지대의 등장이다. 이런 사태가 오래 끌더니 마침내 양측에서 자살자까지 나왔다. 시위자와 기자, 경찰이 폭행을 당했다. 

언론에 대한 불만이 많다. 신문이나 방송 같은 제도권 언론은 못 믿겠다고 한다. 그들은 SNS 같은 그들만의 뉴스로 소통한다. 그 부작용이 가짜 뉴스(Fake News)로 나타난다. 언론은 사회를 비추는 창이다. 언론을 탓하기 전에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원인부터 따져보아야 한다.

이 모든 일은 대통령에 대한 실망과 불신에서 비롯됐다. 대통령이 인심을 잃은 탓이다. 발생에서 대처까지 참으로 세상 물정 모르는 대통령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대통령은 자기 잘못은 없다, 자신은 몰랐다고 한다. 그러면 그녀를 돕다 감옥에 가 있는 장관과 차관, 수석과 비서관들은 대통령 몰래 그런 엄청난 짓들을 저질렀단 말인가?

찰스 다윈은 인간과 동물의 기원이 서로 다르다는 기존 관념을 부정하고 진화론을 주창했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진화론적인 인식을 가졌다. 그는 ‘내 철학에서 우연은 없고 모든 결과는 원인이 있다. 과거는 현재의 원인이고, 현재는 미래의 원인이며, 이것들 모두가 유한에서 무한으로 가는 끝없는 체인의 연결 고리’라고 말했다. 다윈과 링컨이 말한 것은 인과설이다. 붓다 입멸 후 2400년, 서양의 현인들에게 인과설이 설해진 것이 놀랍다. 

권력은 주인인 국민이 잠시 위탁한 것에 불과한 데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 중심제는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한다.

수미산정에서 내려다보는 오늘의 한국. 여야가 합의한 것처럼 헌재의 결정에 모두가 승복해야 할텐데. 불안하다. 걱정스럽다.

[불교신문3276호/2016년2월25일자] 

유자효 논설위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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