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대중 300여 명 맑고 향기로운 삶 서원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소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을 합니다. 내수가 활성화되면 과연 경기가 일어날까 의문입니다. 고도성장이 지속된다면 결과는 생태적 파국을 앞당기게 됩니다. 그동안 지구는 수많은 착취를 당해왔습니다. 아쉬움과 궁핍이 있어야 고마움을 압니다. 함께 가난을 나누지 않고서는 생태적 파국을 막을 수 없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가난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불자들도 각자 가정에서 맑은 가난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아야 합니다.”

하늘에서 흰 눈꽃송이가 어지럽게 내리던 날, 법정스님이 맑고 향기로운 모습으로 다시 대중들 앞에 섰다. 스님의 눈빛은 여전히 형형했고 목소리는 카랑카랑했다. 지난 2004년 길상사 창건 7주년을 기념법회에서 법정스님 ‘지혜로운 삶의 선택’을 주제로 한 법문이었다. 법정스님이 대중들의 곁을 떠난 지 7년이 지났지만 영상 속 법정스님은 2017년을 사는 불자들에게 여전히 단순하고 소박하고 불편한 삶을 당부했다.

오늘(2월22일) 오전11시 법정스님 7주기 추모법회가 열린 서울 길상사 설법전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영상 속에 스님의 모습이 나타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조계총림 송광사 동당 법흥스님(조계종 원로의원), 송광사 주지 진화스님을 비롯해 문도 스님들은 법정스님과의 인연을 떠올렸고 윤청광, 이계진 씨 등 맑고향기롭게 전 이사들과 길상사 신도들도 법정스님의 영상법문을 경청하며 맑고 향기로운 삶을 살아갈 것을 다짐했다.

송광사 동당 법흥스님은 추모법문을 통해 “스님은 생전에 어떤 소임도 맡지 않으려고 했다”고 생전 법정스님과의 인연을 떠올리며 “<아함경>에 이것이 있음으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어지면 저것이 없어진다는 말이 있다. 모든 것들은 인연에 의해 지어진다는 것을 명심하는 불자들이 될 것”을 당부했다.

길상사 주지 덕일스님은 “법정 큰 스님께서 입적하시면서 스님답게 계율을 잘 지키고 열심히 살라고 당부하셨다”며 “7주기를 맞은 오늘 스님의 말씀을 따르고 대중 스님들과 같이 화합해서 잘 살겠다, 열심히 살겠다는 말씀을 이 자리에 참석하신 분들 앞에서 약속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길상사는 오는 26일 오후2시 길상사 설법전에서 ‘법정스님을 그리는 맑고 향기로운 음악회’를 개최한다. 음악회는 도종환, 함민복, 박형준, 박소란, 함명춘 등 국내 시인들과 작가 편혜영 씨가 참여해 스님의 저서 <산에는 꽃이 피네>의 구절을 선정해 낭송하며 의미를 나누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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