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으로 가는 보살의 삶 말씀하다

발심-수행-중생제도 ‘보살의 길’

금강경 요지…소의경전 된 까닭

時 長老須菩提 在大衆中 卽從坐起 偏袒右肩 右膝着地 合掌恭敬 而白佛言 希有世尊 如來 善護念諸菩薩 善付囑諸菩薩 世尊 善男子善女人 發阿多羅三三菩提心 應云何住 云何修行 云何降伏其心 佛言 善哉善哉 須菩提 如汝所說 如來 善護念諸菩薩 善付囑諸菩薩 汝今諦聽 當爲汝說 善男子善女人 發阿多羅三三菩提心 應如是住 如是修行 如是降伏其心 唯然世尊 願樂欲聞.

그때에 장로 수보리가 대중 가운데 있다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꿇고 합장하여 공경하는 자세로 부처님께 사뢰어 말씀드렸다. “놀라운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모든 보살을 잘 살펴주시고, 모든 보살에게 가르침을 잘 전수해 주십니다. 세존이시여! 자질이 뛰어난 남자나 자질이 뛰어난 여인이 보살의 삶을 살고자 하는 마음을 내었다면, 어떻게 발심해야 하며 어떻게 수행해야 하고 어떻게 그 마음을 항복받아야 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수보리여! 그대가 말한 것과 같아서 여래는 모든 보살을 잘 살펴주고 모든 보살에게 가르침을 잘 전해 주느니라. 그대는 이제 잘 듣도록 하라. 당연히 그대를 위해 설명하겠노라. 자질이 뛰어난 남자나 자질이 뛰어난 여인이 보살의 삶을 살고자 하는 마음을 내었다면, 마땅히 다음과 같이 발심해야 하고 다음과 같이 수행해야 하고 다음과 같이 중생들을 제도해야 할 것이니라.”

“잘 알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기꺼이 듣고자 하나이다.”

<금강경>은 질의응답의 형식으로 진행되는 가르침이다. 알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가르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바로 그런 대화가 이제 시작된다. 제자 수보리존자는 최상의 예를 갖추어 부처님께 여쭈었다. 먼저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꿇고 합장’한 것은 몸으로 최상을 예를 갖춘 것이다. “놀라운 일입니다. 세존이시여!”라고 한 것이야말로 최상의 예를 갖춘 것이다. 최상의 예를 갖춘다는 것은 그만큼 간절한 마음의 반증이다. 이는 스승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며, 자신을 한없이 낮춘 것이기도 하다. 흔들리지 않는 믿음은 자신의 모든 것을 바꾸는 힘이 된다. 또한 자신을 낮추는 것은 낮은 곳에 물이 고이듯 일체의 공덕이 모이게 한다.

이어 “모든 보살들을 잘 살펴 주시고, 모든 보살에게 가르침을 잘 전수해 주십니다”라고 하였다. 이는 <금강경>이 보살의 수행에 대한 가르침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제2분에는 한역이 잘못된 부분이 있다. 한역 ‘發阿多羅三三菩提心’에서 ‘阿多羅三三菩提’는 범본(梵本)에 아눗따라-삼약-삼보디(anuttar-samyak-sam.bodhi)가 아닌 보디삿뜨바-야아나(bodhisattva-yna)로 되어 있다. 한역하면 보살승(菩薩乘)이 되고, 우리말로는 ‘보살의 삶’ 정도가 될 것이다. 따라서 ‘보살의 삶에 마음을 낸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는 앞의 구절에 이어 다시 한 번 보살의 수행에 대한 가르침이 <금강경>임을 밝힌 셈이다. 이어 ‘應云何住 云何降伏其心’에서 범본과 다른 한역본에는 있는 ‘云何修行’이 빠졌다. 이는 발심-수행-깨달음(중생제도)으로 이어지는 중간단계가 빠진 셈이다.

수보리존자는 부처님께서 모든 이들을 보살의 삶으로 인도하신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보살의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은 어떻게 발심하고 수행하여 깨달음으로 나아가 중생제도까지 하는지를 여쭌 것이다.

마음이 통하는 이를 만나면 참 기쁘다. 법문할 때 척 알아듣고 기뻐하는 이들을 보면 법사도 한없이 기쁘다. 부처님께서 수보리존자의 질문을 받았을 때 바로 그러하셨을 것이다. 그러므로 수보리존자를 칭찬하고 그 물음에 긍정을 한 후에, 앞으로 보살의 발심과 수행과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 소상히 말씀해 주실 것을 밝히셨다. 마음이 서로 통한 모습이다.

위의 문답 내용을 보면 <금강경>의 요지가 분명해진다. 부처님의 제자는 모든 중생을 인도해 깨달음에 이르게 하면서 동시에 자신도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보살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금강경>이 조계종도가 의지해야 할 소의경전(所依經典)이 된 까닭이기도 하다.

[불교신문3276호/2016년2월25일자] 

송강스님 서울 개화사 주지 삽화 박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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