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뇌’ 상징…세속과 인연 끊고

속히 깨달음 이루겠다는 다짐

할아버지, 스님은 왜 머리를 빡빡 깎아요?

하하, 우리 누리가 이제 절집 살림에 깊이 빠졌구나? 그러게 스님들은 어째서 머리를 깎으실까? 머리를 깎는 걸 절집에서는 삭발이라고 한단다.

<인과경>이라는 경전에는 싯다르타가 성을 빠져나와 출가하면서 스스로 머리카락과 수염을 자르고는 ”내 이제 세속사람을 떠올리는 수염과 머리카락을 잘라서, 모든 시달림과 몸에 밴 버릇을 버리겠다”고 다짐하는 말씀이 나와요. 세속이란 속세, 곧 우리 같은 여느 사람이 사는 사회를 가리키는 말이지. 

삭발, 머리를 깎는 의식은 범어 ‘문다나(Mundana)’에서 비롯했는데, 어려운 한자말로는 ‘체발제수(剃髮除鬚)’라고 해. 권위를 드러내는 머리와 수염을 깎아 버리는 것으로 이제껏 살아오던 세상과 인연을 끊겠다는 야무진 뜻이 담겨있어요. 싯다르타는 ‘어떻게 하면 사람을 비롯한 뭇 목숨붙이들이 마음 놓고 사는 누리를 이룰 수 있을까?’하는 큰 뜻을 품고 집을 떠났다고 했지? 머리 깎으면서 편안한 잠자리며 맛있는 음식을 비롯한 즐거움을 모두 끊고 하루속히 뜻을 이루겠다는 다짐을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흔히 스님들이 머리 깎는 것을 ‘밝히지 못한 풀을 자른다’고 한단다. 옛 중국 당나라 도선스님이 펴낸 <광홍명집>에선 이렇게 말해요. “도를 닦으려는 자는 속세에서 겪은 달콤함을 떨치는 데 힘써야 한다. 세속에서 맛보던 재미를 등지려면 머리부터 깎아야 한다. 부모와 헤어지고 지나친 욕심을 떨쳐내고 적은 것에 기꺼워하며 몸이 좋아 하는데 매이지 않고 깨달음을 얻으려고 머리를 깎는다.”

스님이 되려면 ‘삭발염의’를 해야 한다고 해. 삭발은 머리를 깎는다는 말이고 염의는 스님들이 입는 먹물 옷, 곧 승복을 가리키는 말이야. 삭발을 하고 먹물 옷을 처음 입는 스님들이 부르는 노래가 있어. 

“이제 이 몸이 부처를 이룰 때까지/ 굳게 계행을 지키며 망가뜨리지 않겠습니다./ 부디 부처를 이루도록 부처님께서 드러내 밝혀주세요./ 몸과 목숨을 버릴지라도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스님들은 보름에 한 번 머리를 깎을 때마다 누리 모든 사람들이 다리 쭉 뻗고 살 수 있는 날이 오도록 뜻을 모으고 계실테지?

[불교신문3276호/2016년2월25일자] 

변택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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