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명법사 청년 모임 보리회

침체된 전국 청년법회 ‘롤모델’

창립법회서 창작뮤지컬 선보여

회비 모아 승가교육기금 후원도

명법사 청년회 보리회와 학생회 회원들이 합창곡을 연습하는 모습.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며 소신공양한 정원스님을 추모하는 시민분향소에서 추모공연이 열려 화제가 됐었다. 공연을 준비한 이들은 평택 명법사 청년 모임 ‘보리회’와 학생회 회원들로, 지난 세월호 참사 때 학생들을 추모하며 창작했던 뮤지컬 아리랑을 스님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며 선보인 것이다. 뿐만 아니다. 보리회 회원들은 회비 1000만원을 모아 지난 10일 승가교육에 써달라며 조계종 교육원에 전달하기도 했다. 법을 전하고 자비를 실천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청년 불자들을 지난 19일 평택 명법사에서 만났다. 

“쿵따리 샤바라 빠빠빠~” 불교회관에 들어서니 신나는 노랫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부처님오신날 열리는 명법사 산사음악회에서 선보일 합창곡 연습이 한창이었다. 1시간 반가량 목청껏 노래를 부른 뒤에는 다시 춤 연습이다. 엑소, 트와이스 등 아이돌 안무를 쫓아 열심히 몸을 움직였다. 

이들에게 일요일 오후1시부터 4시까지 불교회관에 모이는 건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다. 부처님오신날 전까지는 합창과 댄스공연을 준비하고, 장엄등을 만든다. 봉축행사를 회향하고 나면 방학에 맞춰 어린이여름불교학교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또 매년 12월엔 창립기념법회를 여는 데 그 때마다 창작뮤지컬을 선보이는 게 연중행사다.

불교가 일상이 되기까지는 청년 불자들의 열정과 신심, 스님의 지원과 믿음이 절대적이었다. 명법사 학생회와 청년회는 제법 오래된 역사를 가진다. 1977년 어린이회와 학생회가 문을 열었고, 청년회는 1980년 시작했다고 하니, 사람으로 치면 불혹을 바라보는 시간이다. 그 사이 화려했던 시절도 있고 침체도 겪었다. 그럼에도 어린이법회 출신이 학생회로 올라가고, 다시 청년회 활동을 하면서 자신이 선배들부터 배우고 받았던 것들을 동생들에게 나눠준다는 큰 흐름은 끊어진 적이 없다. 보리회 회원들이 간사로 학생회를 지도하고, 학교공부도 가르쳐주면서 유대를 갖는다. 학생회 청년회 구분하기보다 격 없이 어울리다보니 가능했을 것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학생회 활동을 시작한 게 인연이 돼 지금은 간사로 활동하는 김연웅(32)씨가 대표적인 예다. 학원 강사로 일하는 그는 직장에선 선생님이지만, 명법사에 오면 중고생들에게도 ‘형’ ‘오빠’로 불린다. 대학에서 수학교육과를 전공했지만, 명법사에서는 만능예능인으로 통한다. 청년회가 그동안 선보였던 창작뮤지컬은 모두 연웅 씨 창작품이다. 50분 내외 창작뮤지컬 ‘용성’ ‘네모’ 외에 앞서 얘기한 추모 아리랑 공연도 그가 만들었다. 올 연말 선보일 뮤지컬은 가칭 ‘연등’으로 이미 구상에 들어갔다. “교회에서 즐겁게 예배하는 것과 달리 사찰 법회는 경직된 모습에 늘 아쉬웠다”는 그는 재밌고 신나면서도 단순한 친목모임이 아닌 뭔가 배울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고 싶어 매번 다양한 주제로 공연을 제안한다고 한다.

덕분에 학생회와 청년회는 늘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지만, 끝나고 나면 한 단계 성장했다는 기분을 느낀다. 조은진(23) 현주(19) 자매는 어머니는 합창단, 아버지는 거사회 회원으로 가족이 함께 명법사 신행활동을 하고 있다. 둘 다 학생회 청년회 활동경력이 7년이나 된다. 그러다보니 일요일 낮 12시만 되면 절에 가야겠다는 생각에 자다가도 눈이 자연스럽게 떠질 정도로 익숙해졌다. 은진 씨는 “원래는 조용하고 어두운 성격이었는데 마음 맞는 친구들과 신행활동 하면서 주변에서 많이 밝아졌다고 하고, 저 스스로도 달라진 것을 느낀다”며 “회사 다니면서도 일요일엔 항상 절에 나온다”고 말했다. 고3인 현주 양은 “일요일 사찰에서 보내는 시간은 수험생 부담을 내려놓고 쉬는 중요한 시간”이라고 전했다.

누구보다 열심인 청년 불자들에게 명법사 회주 화정스님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청년회 회원들 중에는 출가한 스님도 있고 대학에 진학하고, 취업을 한 이들도 있다. 이들은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직장을 다니면서 받은 월급의 10%를 보시한다. 그렇게 걷은 회비로 승가교육기금도 내고, 군법당 불사도 후원했다. 스님은 “학생회 시절부터 봉사와 보시를 생활화 한 것이 익숙해진 청년 회원들이 성인이 돼서도 이를 실천하는 것”이라며 “대승불교 실천도량이라 불리는 명법사 신도답게 사는 모습이 자랑스럽다”며 대견해 했다.

[불교신문3276호/2016년2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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