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문화 즐기려는 ‘혼족’

어릴때부터 혼자 문화 익숙한

젊은 세대 삶의 습관 반영…

소통 줄고, 자존감 상실 비판도

어울림 문화 프로그램 제시해

다양성 유지하려는 노력 필요

 

혼족이 늘고 있다. 혼자 여행하고, 혼자 술을 마시고,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혼술, 혼밥이란 단어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 쓸쓸한 여운을 남긴다. 왜 다른 사람과의 어울림을 거부하고 혼자를 즐기는 것일까. 그런 사람들의 마음 내면에는 어떤 심리가 자리하고 있을까. 여러 전문가를 통해 혼족의 심리와 대안을 찾아봤다.

혼자 여행을 떠나고, 혼자의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40대 중반의 이 모씨(경기 의왕)는 종종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신다. 직장도 있고, 결혼을 해 자녀도 2명 있지만 직접 안주를 만들고 혼자 술을 마시는 것을 즐긴다. 이 씨는 “아내와 생활습관이 다르다보니 서로 맞춰가며 사는 것이 오히려 스트레스다. 친구나 회사 동료와 술자리를 하다보면 돈도 많이 들고, 시간을 맞추는 것도 번거로워 그냥 혼자 영화를 보거나 등산을 하고, 혼자 술을 마시는 날이 많다”고 말한다.

30대 후반의 김 모씨(경기 수원)는 어린이집 교사다. 한때 결혼을 생각했지만, 지금은 전혀 결혼에 대한 관심이 없다. 부모님 집 주변에 따로 방을 얻어 혼자 살면서, 주말이면 혼자서 기차 여행을 즐긴다고 한다. 김 씨는 “형제가 없이 혼자 자란 영향인지,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것이 편하다”며 “교회를 가면 이런저런 모임에 가입을 권유해서 싫다. 반면 절은 다른 사람 신경을 쓰지 않아서 좋다. 가끔 절에 가서 참배하고 잠시 명상을 하다 오곤 한다”고 말했다.

이 모씨는 직장과 가족이 있지만 직접 상을 차려 혼자 밥이나 술을 먹는것을 즐긴다고 한다. 사진은 이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달 발표한 ‘2016년 하반기 주류소비 및 섭취 조사’에서 2~40대의 66.1%가 ‘최근 6개월 내 혼자 술을 마신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혼술’의 이유로 편하게 마실수 있다는 점을 꼽은 사람이 전체 응답자의 66.1%를 차지했으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17.6%) △함께 마실 사람이 없어서(7.7%) △비용을 아끼려고(5.2%) 가 원인으로 조사됐다.

혼족 문화가 이제는 20대를 넘어 40대 이상의 연령층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또 최근에는 혼족의 다른 형태인 ‘해혼’이란 단어도 등장했다. 부부, 자식간에 같은 집에 살지만 서로의 삶에 신경쓰지 않고 독립된 형태로 사는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 인경스님은 “혼족 문화가 개인적인 점에서는 큰 문제가 없지만, 사회적인 문제는 지적될 수 있다”며 “혼족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심리적인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인경스님은 “요즘 사람들의 특성을 보면 어릴 때부터 핵가족 형태로 자라 영향으로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하고, 다른 사람과 대화나 간섭을 매우 불편해 하는 심리를 지니고 있다”며 “자신감의 결여도 한 원인이다. 경제적 문제로 인해 자존감을 잃다보니 다른 사람들과 어울림을 회피하는 경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혼자 즐기는 문화에 대해 비판적 시각도 있지만,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현상이 당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교수 서광스님은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을 가지려는 젊은 세대의 혼족 문화와 외로움을 느끼는 노년층의 독거문화는 구분돼야 한다”고 전제하고 “이런 현상은 오래된 습관이 최근에 부각된 것일 뿐이다. 그들의 문화와 습관을 먼저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젊은층을 상담할 때 혼족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비율이 높다는 스님은 “집단간 모임을 할 때 사전에 상호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도록 해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 과거처럼 나이, 연륜 등으로 관계를 설정해서는 곤란하다”고 설명하고 “혼자 문화를 즐기려는 심리에는 각각 배려를 받겠다는 심리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혼족의 확산은 하지만 여러 사회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시각도 많다. 단적으로 일본에서는 죽은 이후 수일에서 수십일이 지나서야 시신이 발견되는 고독사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또 사회적 소통의 부재와 개인주의 확산도 부작용으로 꼽힌다. <자존감 수업>을 펴낸 윤홍균 정신과 전문의는 “혼족의 증가는 인간관계에 염증과 회의를 느끼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다. 좁아지는 인간관계는 고립과 소외감으로 이어져 여러 사회적 문제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그러면 혼족 문화를 극복할 방법은 무엇일까. 서광스님은 “혼족 문화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포교 및 수행 프로그램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혼자 명상을 하면서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중간에 대중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혼합형 명상프로그램이 예다. 스님은 “여러 명이 같이 어울리다보면 의외의 즐거움을 발견하게 된다. 이를 통해 자신의 시간을 즐기되, 고립되지 않도록 이끄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명절이나 연휴에 혼자 여행을 가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존감’ 회복 프로그램을 청소년기부터 교육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인경스님은 “청소년기부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도록 할 때, 혼자의 문화보다 어울림의 문화에 다가서게 된다”며 “불교의 가르침과 생활문화가 혼족의 단점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를 화두로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래학자들은 조만간 애완동물을 넘어 로봇과 대화하고 생활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대인 관계보다 혼자 즐기는 문화가 더욱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혼족 문화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문화포교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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