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휠체어를 탄 

한 장애우가 갈 준비를 한다

그리고는 나더러 조심히 

가라고 한다

씩씩하고 당당히 

전동휠체어를 운전하는 

그 모습은 마치 

전쟁터로 나가는 용사와 같다

눈이 펑펑 내리던 어느 토요일 조계종 전법회관 3층으로 걸음을 옮겼다. 안국역 부근 거리의 사람들은 넘어지기라도 할까봐 몸을 움츠린 채 조심히 걷고 차들도 천천히 움직인다. 강의실 문을 열기 전, 나는 사뭇 머뭇거렸다. 어떤 얼굴 표정을 해야 하나? 어떤 말을 해야 하나? 사람 만나기 좋아하는 내가 이런 망설임이 생기는 것은 만나야 할 사람들이 일반불자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장애인불자들이다. 영어로는 ‘disabled’라고 한다. 해석하자면 가능하지(able) 않은 부분을 가진 사람들이다. 

문을 여니 20명 정도 회원들과 승가대학 학인 스님 두 분이 목탁 집전을 하며 삼귀의를 함께 하고 있다. 평소에는 장애인불자들끼리 모여서 경전을 읽지만 새해 첫 법회라 특별히 스님을 모시고 싶었다고 한다. 휠체어를 타고 손을 움직이지 못해 입으로 모든 일을 하는 분, 걷기가 불편한 분, 눈이 보이지 않는 분, 귀가 들리기 않는 분들이 부처님 법이 좋아서 이렇게 한 공간에 서로 모였다. 어렵게 모은 두 손에는 누구에게서도 볼 수 없는 간절한 발원이 깃들어 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하다. 그저 부처님 말씀을 하나라도 더 듣겠다고 불편한 몸을 이끌고 멀리 이곳까지 와 있다. 스님과 함께한 법회에서 모두들 크게 웃고 박수치며 즐거워한다. 

그들의 미소속에서 나는 찬란한 불성을 본다. 육체의 모습은 비장애인과 조금 다르지만 마음은 모두 부처님 마음이다. 먹는 모습이 불편해 보이고, 걷는 모습이 불편해 보이는 것은 우리들 마음 때문이 아닐까? 이 또한 이들이 가진 최선의 스타일이라는 생각을 하니 그저 평범해 보인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몸의 장애보다 마음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사실, 마음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큰 문제들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장애인 불자 모임에는 전국적으로 100여 명이 넘는 회원들이 있어 한 달에 한번 모여서 법회를 하는데 장소를 찾기가 힘들다. 무엇보다 법당의 높은 문턱은 장애인에게 넘어야 할 너무도 큰 산이다. 

또 겨울이면 그나마 만들어진 휠체어길이 맨들맨들하게 얼어서 올라가기에도 위험하다. 부처님께 기도하려고 찾은 법당. 그리고 들어갈 수 없는 높은 문턱. 우리에게는 너무도 평범한 현실이 이들에게는 너무도 간절히 바라는 소망이 되어 있다. 그 앞에서 느껴지는 절망감과 불편함.

“사찰이 어떻게 해주면 좋겠어요?” 장애인 불자 모임 회장에 물었다. “저희는 큰 것을 바라지 않아요. 사실, 저희 장애인들을 위해 건물의 형태를 바꾼다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지요. 다만 저희가 사찰에 갔을 때 반갑게 인사해 주시고 ‘무엇을 도와줄까’ 물어봐 주시면 감사하겠어요. 저희가 그저 신도로서 법회와 봉사를 함께 할 수 있도록요. 몸은 불편해도 의외로 잘하는 것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사진을 찍어서 사찰사이트에 올린다거나, 컴퓨터로 공지사항이나 댓글을 달수도 있고요. 글을 잘 쓰는 법우들은 법문 요약을 해서 올리거나 시도 쓸 수 있거든요.” 

그는 장애인 법당건립의 큰 서원을 세웠다고 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문턱 없는 법당이다. 밖으로 나오니 눈이 더욱 많이 내리고 있다. 불편한 모습으로 전동휠체어를 탄 한 장애우가 갈 준비를 한다. 그리고는 나더러 조심히 가라고 한다. 씩씩하고 당당히 전동휠체어를 운전하는 그 모습은 마치 전쟁터로 나가는 용사와 같다. 

우리는 모두 불자이다. 한마디로 부처님의 아들, 딸들이다. 자식을 애민하게 여기는 부처님의 푸근한 마음이 이들에게 베풀어 질수 있기를 한국불교에 간절히 기대해 본다.

[불교신문3275호/2016년2월22일자] 

자우스님 논설위원·비로자나국제선원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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