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유일 불교아동복지시설

늦었지만 불교동아리 활동적

유일하게 수용 인원도 증가

 20여 년을 아동복지시설 진여원에서 생활하고 대학까지 졸업한 수연(가명)이가 시내에 새로 마련한 집으로 최근 이사했습니다. 숟가락 한 세트, 겨울 여름 이불 각 한 세트, 커피포트, 접이식 상. 이사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조촐한 살림살이를 꾸려 자취생 수준으로 보입니다. 수연이는 이제 혼자 생활하게 되면 밥 먹는 게 제일 힘들 것 같다고 말합니다. 이 곳 진여원에서 오랫동안 따뜻하게 해주는 밥을 먹다가 직접 하는 것도 힘들겠지만 혼자 먹는 것이 더 힘들 것 같다고 합니다. 

사회로 내딛는 첫 발에 대한 두려움도 크겠지만 오랫동안 살면서 정들었던 진여원을 떠나 친하게 지내던 아이들을 보지 못하는 것에 더 힘들어 하는 눈치이기도 합니다. 진여원은 충주 화암사에서 같이 운영하고 있는 아동복지시설로 영유아에서부터 대학생들까지 40여 명이 생활하고 있답니다. 충북지역에 10여 개의 아동복지시설이 있지만 불교시설로는 유일합니다. 또한 충주지역에서는 아동복지시설이 진여원만 있어, 요보호아동(기아, 미아, 학대, 방임 아동 등)이 발생할 때면 모두 진여원을 거쳐 가게 된답니다.

그래서 중요한 시설이라 할 수도 있지만 불교계의 관심은 그리 높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부활절, 크리스마스 등 타종교의 명절에는 어김없이 타종교 봉사자들이 들어와 봉사활동을 하면서 여러 가지 행사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부처님오신날 즈음에도 불교단체들이 들어와 관련 행사를 하거나 지원하는 일은 드문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대웅전 불사, 부처님 조성 불사 등도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 곳 진여원에서는 살아 있는 부처 40여 분을 시봉하고 있다는 사명감을 갖고 하루하루를 정진하고 있습니다.

법인 시설이자 지자체 지원을 받고 있는 시설로서 편향적인 종교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시설 평가 시 혹시나 종교행위를 강요하고 있는지 어김없이 설문을 하고 갑니다. 주변 관련 복지단체의 임원들은 타종교의 성직자이거나 임원인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불교계가 관심을 가지고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은 그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복지분야의 후발주자로서 당연히 겪어야 되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어린이포교, 청소년포교, 군포교 등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불교인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내 자신 스스로가 또는 불자로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운 뒤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봉사하는 불자는 손에 꼽을 정도로 부족한 현실입니다. 누군가 그들의 종교편향을 문제 삼을 수도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요원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진여원은 그런 아동복지시설의 첨병이 되고 있습니다. 충북지역 시설 중에서 유일하게 인원이 줄지 않고 오히려 수용아동이 늘었습니다. 퇴소 아동에 대해서도 자립통장 등을 꾸준히 저축해서 스스로 자립해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돕고 있습니다. 종교적인 문제는 여러 동아리 중에 불교 동아리를 만들어 해결하고 있으며 다양한 동아리 가운데 가장 활동적인 동아리가 되어가고 있답니다. 

따뜻한 사람이 많다면 추운 겨울에도 따뜻한 봄의 마음을 가질 것입니다. 환하고 밝은 얼굴이 좋다면 우린 열심히 정진한 결과일 것입니다. 빛나는 날을 가지는 것은 긴 겨울 봄의 희망을 잃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많은 불자들의 관심 자체가 포교의 첫 걸음입니다.

[불교신문3275호/2016년2월22일자] 

혜원스님  조계종 교정교화전법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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