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계 통해 이루어진 도량 

겁화에도 파괴되지 않아” 

종법의거 꼼꼼히 살펴야 

얼마 전 통도사를 비롯한 일곱 개의 전통사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신청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국불교의 사찰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는 사찰을 선별해서 지난 수년 간 준비하여 신청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유형의 사찰들은 창건했을 때부터 창사(創寺)정신과 신앙형태 및 수행방법에 따라 가람배치의 특성이 이루어지고, 많은 상주 대중의 피나는 노력에 의해 불사도 이루어지고 보수관리를 통해 오늘까지 전해지고 있다. 

사찰은 건축물과 여러 가지 장엄물로 이루어진 유형의 사찰과 갈마를 통해서 결계를 하고 이에 의해 이루어진 무형의 사찰이 있다. 이러한 두 가지 사찰 가운데 이번 주제는 갈마를 통해 이루어진 청정도량에 대해 살펴볼까 한다.

부처님 당시 인도사회는 기원정사나 죽림정사처럼 상주 대중이 머무는 사찰도 있었으나 유행(遊行)을 하며 수행하고 교화하는 경우가 주류였던 것으로 보인다. 거처를 옮기게 되면 먼저 결계를 해서 현전승가가 모여 여법하게 화합하며 정진할 수 있는 도량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바로 결계이며, 결계에는 대계(大界)와 소계(小界)가 있다. 이때 하게 되는 결계가 대계이다. 대계의 최소단위는 5명 이상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며 최대 규모는 3유순을 넘지 않아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때 5인을 최소 기준으로 한 것은 4인의 대중과 자자(自恣)시 참회를 하는 1인을 더한 것으로, 갈마 하는 내용에 따라서 수계장은 최소 21인 이상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만 여법한 결계라 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언급한 21인은 비구화상 10인과 비구니화상 10인에 수계자 1인을 최소단위로 한 것이다.

결계의 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결계의 규모를 정하고 대중이 이를 인식하게 하는 과정을 창상(唱相)이라 한다. 창상은 지형지물을 주로 지목해서 그 경계로 삼는데, 나무나 바위 등을 주로 선택하고 그 지형지물의 사방을 돌아가며 대중에게 설명하고 창상을 통해 공지된 공간을 백사갈마를 통해서 확정하면 결계가 이루어지게 된다. 이렇게 대계를 결계하고 현전승가를 이루며 살아가는 과정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발생하게 되면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 마련된 방안이 바로 소계를 결계하는 것인데, 소계는 계장(戒場)이나 정지(淨地), 정주(淨廚)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계장은 수계에 기본적으로 꼭 필요한 숫자로 비구계의 경우에 10인의 화상이면 가능하고 비구니의 경우는 이부승 수계제도를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비구화상 10인과 비구니화상 10인이 필요하게 된다. 그러나 대계 안에 함께 살아가는 대중이 수백 명이 된다고 할 때 만약 소계를 결계하지 않으면 수계식을 할 때 대계 안에 상주하는 모든 대중이 참여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계로 수계장을 결계했다. 또 초기 승단에서는 대계 밖에 수계장을 결계하여 수계산림을 봉행했는데 강도에게 의발을 빼앗기는 등의 일들이 발생하게 되자 이후 대계 안에 수계장을 결계하게 되었다.

이러한 간단한 갈마를 통해 이루어진 결계가 청정한 도량과 도량 이외의 지역을 구별하는 기준이 된다. 도선율사가 저술한 <사분율행사초>의 ‘결계방법편’을 보면 “결계를 통해서 금강륜(金剛輪)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 도량은 겁화에도 파괴되지 않는다”라고 그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육안으로 보면 구별되지 않지만 천안으로 보면 결계를 통해 4대로 이루어진 기세간이 금강륜으로 변했기 때문에 괴겁(壞劫)에 수미세계가 파괴될 때에도 그 도량은 파괴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특히 ‘행사초’에서는 각종 전적을 인용하여 결계가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서 진행된 모든 갈마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결계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우리 종단에서도 종법으로 결계와 포살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얼마나 여법하게 시행되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불교신문3275호/2016년2월22일자] 

덕문스님 통도사 영축율학승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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