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show](1) 욜로(YOLO)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인드라망처럼 하나의 그물로 묶인 지구촌이 급속한 정보화 흐름과 더불어 삶의 새로운 문화가 등장하고 있다.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무상(無常)의 가르침과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연기(緣起) 사상을 지닌 부처님 가르침과 멀지 않다. 현대사회의 시류와 현상, 트렌드, 그리고 단면을 출세간(出世間)과 세간(世間)이 둘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는 불교의 시각으로 조명하고자 한다.

욜로라는 용어가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2011년 인기 래퍼 드레이크가 ‘The Motto’를 부르면서다. 드레이크는 “You only live once: that’s the motto, nigga, YOLO (당신의 인생은 한 번뿐이다. 이것이 인생의 진리다, 욜로)”라고 노래했다. 

‘한번 뿐인 인생…지금 행복하자’

불확실한 미래 반영한 사회현상

물질만 치중말고 수행 병행해야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저성장과 불확실성의 시대에 인질로 잡혀 있다. 미래는 불투명하고 현재의 삶이 괴롭다는 탄식이 쏟아진다. 특히 젊은 세대의 취업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어렵다. 금수저가 아닌 흙수저의 신분 상승의 장벽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탈출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절망적인 상황에 직면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불투명한 미래에 투자하기 보다 ‘지금 당장’을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욜로(YOLO) 트렌드가 그것이다. ‘You Only Live Once(당신의 인생은 한번이다)’의 줄인 말인 욜로는 한번 뿐인 인생을 즐기는 가치에 중심을 두고 있다. 청년세대뿐 아니라 직장인과 중장년 세대까지 영역을 넓히며 시대를 상징하는 트렌드로 떠오른 욜로는 지난해 영국의 <옥스포드 사전>에 등재되기도 했다.

YOLO는 ‘당신의 인생은 한번이다’라는 뜻의 You Only Live Once의 줄인말이다.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2016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건강보험 개혁안 가입을 독려하는 연설에서 “욜로(YOLO) 맨(MAN)”이라고 말해 널리 알려졌다. 오바마는 ‘한번 뿐인 당신의 인생에서 꼭 필요한 정책’임을 욜로를 통해 강조했다. 

욜로족(族)은 ‘단 한번 뿐인 인생’을 즐기는데 삶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기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소비가 특징이다. 미래를 위해 저축하기보다 지금을 즐기는 것이 풍요롭고 행복한 삶이라는 입장이다.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돈을 모으거나, 주택을 구입하려고 아등바등하지 않는다. 취업에 목을 매거나 결혼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직장에 다녀도 승진이나 승급에 목을 매지 않고, 삶에 필요한 월급만 받으면 된다는 사고이다.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휴가를 쓰고,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것은 기본이다. 결혼도 사랑하는 반려자와 인생을 즐기는데 주안점을 두지, 2세 출산에 굳이 집착하지 않는다. 통장의 잔고를 늘려가기보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거나 훌쩍 여행을 떠난다. 기성세대가 내일을 위해 현재를 저당 잡히고 산다면, 욜로족은 오늘을 위해 산다는 차이가 있다. 자신의 현재적 욕구에 충실하며,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욜로족의 특징이다.

사실 욜로의 역사가 2010년대 이후에 처음 등장한 것만은 아니다. 1989년 개봉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에서 로빈 윌리엄스(극중 존 키팅)는 “Seize the day!”라고 외쳤다. “오늘을 붙잡으라”는 기원전 로마에서 사용한 말에서 인용한 대사로, 매일 매일 최선을 다해 살자는 의미이다.

‘오늘’의 중요성을 강조한 속담도 여럿 있다. “내일의 천자(天子)보다 오늘의 재상(宰相)” “금년(今年) 새 다리가 명년(明年) 소 다리보다 낫다”가 대표적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불분명하고, 훗날 큰 것을 얻을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현실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기대하기보다 지금의 명확한 삶이 더 낫다는 점을 강조한 속담이다. 

현실에 충실하자는 욜로족이 출현한 배경은 현 시대의 절망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많다. 눈부신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낙관하기 힘든 젊은 세대의 낙담에서 욜로의 씨앗이 움텄다는 분석이다. 정신적인 면이나 가치보다 물질과 당장의 쾌락을 우선한다는 사실은 욜로족을 부정적으로 보게하는 원인이다.

그렇다고 욜로족이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면 결국에는 인생의 행복을 찾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늘이 이어져 내일이 되고, 어제가 되는 것이기에 매일 매일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것은 중요하다. 쓸데없는 망상이나 불확실한 미래에 중심을 두고 삶을 허비하지 않고 ‘바로 지금’ 최선을 다하고 내실을 기하는 인생은 긍정적인 요소이다.

조선 중기의 고승 보우(普雨)스님은 ‘산거잡영(山居雜)’이란 시에서 “기향임간수상율(飢向林間收橡栗) 갈심암저급청단(渴尋巖底汲淸湍)…”이라고 했다. “배가 고프면 숲에서 도토리와 밤을 줍고, 목이 마르면 바위 밑에서 깨끗한 물을 길어온다”는 뜻이다. 세속의 부귀영화와 권세를 좇기보다 산에 은거하며 정진하는 출가자의 청복(淸福)을 노래하고 있다. 현재의 삶을 중시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기에 욜로족과 통한다. 

근대 불교 중흥조로 존경받는 경허(鏡虛)스님의 ‘서동을 시켜 물을 노래하게 하며(使書童詠水自)’라는 시에서 시대를 앞선 욜로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경허스님은 이 시에서 “시조아변체(市朝俄變替) 세월암침심(歲月暗侵尋)”이라고 했다. “세상은 덧없이 변하면서 쇠퇴해지고, 세월은 물처럼 한 번 가면 오지 않는 것”이라면서 현실에 충실한 삶과 수행을 당부했다.

전 백양사 강주 법광스님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욜로족이 단지 소비, 물질, 여가에만 집중하지 말고, 마음을 찾는 수행에도 천착하길 기대해 본다”면서 “밖으로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내면을 돌아볼 때 진정한 행복을 찾는 욜로족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오조(五祖) 법연(法演)스님이 밤길을 걷다 등불이 꺼지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자들에게 물었다. 제자 가운데 원오(圓悟)스님이 “조고각하(照顧脚下)”라고 답했다. “발 밑을 살펴야 한다”는 뜻으로 지금 여기에 항상 깨어 있어야 도(道)를 구할 수 있는 의미로 해석되는 일화이다. 

<법구경>에는 “지나간 과거에 매달리지도 말고,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불안해하지 말라. 오직 현재의 한 생각만을 굳게 지켜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어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진실하고 굳세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최선의 길이다”라고 했다. 

현대 사회에서 욜로족이 늘어나는 현상은 시대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문화트렌드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너무 물질적인 면에만 치중하는 것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느니, 수행을 병행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임제(臨濟)스님은 “즉시현금갱무시절(卽時現今更無時節)”이란 어록을 남겼다. “지금이 바로 그때이고, 다른 시절이 있지 않다”는 가르침이다. 욜로족은 물론 현대인 모두 마음에 새겨야할 경구이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한번 뿐이다.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으며 단지 오늘이 있을 뿐이다. 

[불교신문3275호/2016년2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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