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송시대 선종사원의 생활과 철학

윤창화 지음/ 민족사

선(禪)은 6세기 초 인도의 달마대사가 중국에 전해 당송시대를 거치며 5가 7종의 독특한 중국 선종(禪宗)으로 발전했다. 이 당송시기를 ‘선의 황금시대’라고 한다. 당시 마조도일, 백장회해, 조주종심, 임제의현 등 빛나는 수많은 고승이 출현해 불법을 전하며 대중에게 행복을 안겨줬다. 최초의 선종사원이 세워지고 납자들을 위한 교육시스템의 기틀이 마련된 당송시대의 불교문화는 중국 선불교의 맥을 잇고 있는 한국불교에 전하는 의미가 적지 않다.

불교계 대표적인 출판인으로 꼽히는 윤창화 민족사 대표는 오랫동안 선어록 등을 통해 선사상을 고찰하면서 한계를 느꼈다. 그런 가운데 지난 2008년 일본 교토의 선종사원을 순례하는 가운데 당송시대 불교문화를 오롯이 간직한 모습을 보고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즉시 선사의 어록이 아닌 당송시대의 사원의 가람구성과 수행자들의 생활, 철학에 이르기까지 당시 불교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연구에 들어갔다. 그 성과물은 탈고하는데 만 8년의 시간이 걸렸고, 수차례의 원고 수정 끝에 최근 민족사 학술총서 70권 <당송시대 선종사원의 생활과 철학>이란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다.

저자는 먼저 당송시대 선종사원의 기능에 대해 주목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선종사원 즉 선원총림은 종교적 기능보다는 중생을 깨달은 부처와 조사로 만드는 ‘성불작불’(成佛作佛)‘ 학교였다. 사후 왕생극락이나 현세 이익을 기원하는 종교, 기복적 장소가 아닌 선불교의 이상적인 인간상을 완성시키기 위한 전문적인 수도장이란 의미다. 납자 지도 및 교육시스템은 법문, 독참(개별적인 지도), 청익(보충 교육), 좌선 등 4가지다.

이러한 시스템은 각종 제도에서는 물론, 가람 구성에서도 확연하게 나타난다. 당송시대 선종사원의 가람에서 가장 중요한 당우는 법당(설법당)과 방장, 승당(선당)이었다. 법당에서는 법문을 들었고, 방장에서는 독참과 청익, 그리고 승당에서는 좌선을 했다. 이 세 당우가 성불작조의 핵심적인 건물이다.

또한 “역사상 최초의 선종사원은 당 중기 백장회해(720~814) 선사가 창건한 대웅산(백장산) 백장사(백장총림)”이라며 이전에는 독립적인 선종사원이 없었다고 말한다. 그 동안 대부분의 선승들은 율종사원에서 당우 한 채를 빌려 함께 기거하거나, 혼자 독거하는 이른바 ‘더부살이’, ‘독살이’ 신세였다.

선종의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율종사원로부터 독립한 백장선사는 △불전을 세우지 않고 법당만 세운다(不立佛殿 唯樹法堂) △생활경제 즉 총림의 식생활 문제는 보청(노동)으로 해결한다(行普請法, 上下均力也) △주지는 친히 불조로부터 법을 부촉 받은 법왕이므로 그를 높이기 위해 불상을 모시지 않는다(不立佛殿, 唯樹法堂者, 表佛祖親囑授, 當代為尊也) 등 중요한 대원칙을 제시했다.

현대 한국불교에는 낯설 법한 풍경이지만, 이는 당대 선승들은 ‘반야지혜’가 투철했음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 그들은 정신적으로 치열하게 투쟁한 끝에 ‘부처’란 목석이나 금은으로 만든 불상이 아니고 반야지혜가 곧 부처임을 확신했다고 한다. 때문에 반야지혜가 작동되지 않는 부처는 나무토막이나 돌조각에 불과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저자는 당송시대 선종사원의 생활모습과 철학을 다양한 문헌을 통해 고증하며 세밀하고 집요하게 써내려 간다. 선종이 율종으로부터 독립해 나름의 독자적 체계를 이룩하고, 규모와 사상적인 면에서 엄청난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이유를 탐구했다. 그가 이 연구로부터 이끌어낸 핵심은 “당송시대 선승들은 공(空)을 실현시키기 위하여 모든 현상과 번뇌 망상은 마음의 작용에 지나지 않는다”고 파악했고, 정신적으로는 관념의 집착을 타파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불교의 발전을 위해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수많은 고승을 배출했던 당송시대의 체계적인 선원 교육시스템은 방목에 가깝게 스스로 알아서 수행하는 현재 한국불교 선원에서 살펴볼 여지가 많다. 자율학습으로는 훌륭한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 문경 봉암사 등에 당송시대 선원 시스템을 도입해 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이 책은 당송시대의 선종사원을 거울삼아 현재 우리시대의 불교 모습을 비춘다. 더불어 한국불교의 나아갈 길에 대한 해답도 찾을 수 있다.

[불교신문 3275호/2017년2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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