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위해 기도하며 자비심 키우며 살아요"

고(故) 명조스님과 도반 지상스님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웃 돕자며
2009년 5월에 한국자비공덕회설립
12명으로 시작, 130명 장학금 지원
18일 첫 후원자 감사의 날 갖기도

승려복지회 등으로부터 후원받았지만
명조스님 지난해 입적…숭고한 뜻 이을것

남을 위해 기도하며 모은 자비의 기금으로 수년째 네팔 어린이들의 교육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단체가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심장병으로 오랜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정진의 고삐를 놓지 않았던 故 명조스님과, 그 도반을 10여년 이상 보살핀 서울 향운사 주지 지상스님이 설립한 한국자비공덕회가 그 주인공.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살자는 원력으로 신도들과 함께 지난 2009년 5월 단체를 만들었다. 매일 기도하며 모은 작은 보시금을 사찰 기도법회를 통해 한 곳으로 모아 네팔 어린이들의 장학기금으로 후원하고 있다.

처음 12명으로 시작한 후원 모임은 이제 116명이 참여하는 단체가 됐다. 사찰 신도 뿐 아니라 소식을 전해들은 일반 시민들도 자발적으로 동참해 현재 6개 학교에 130명을 후원하고 있다.

네팔관광청 한국사무소 소장을 맡고 있는 케이피 시토울라 씨(서울시 명예시민)로부터 카트만두에서 500여km 떨어져 있는 자파 지역의 오지 학교들을 추천받아 도움의 손길을 전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현지의 전문대학 과정을 졸업할 때까지 어린이들을 지원하기로 해 의미를 더한다. 장학금 후원을 일회성으로 그칠 게 아니라 학교를 무사히 마치고 사회의 전문 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을 때까지 돕자는 취지다.

최근엔 새 칠판 달아주기 운동도 전개, 52개 교실의 낡은 칠판을 교체해 줬으며, 111대의 컴퓨터도 골고루 지원했다. 이러한 후원현황은 향운사에서 펴내는 소식지를 통해서도 자세히 소개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서울 마포구의 한 네팔 음식점에서 ‘희망 장학금 후원자 감사의 날’ 행사를 처음으로 열고 후원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장학금 후원경과와 현황 보고, 현지답사 동영상 시청, 전통음식 체험 및 문화공연 등의 순으로 진행됐으며, 70여명의 후원자들이 모여 후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겼다. 후원 행사를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키런 샤캬 주한 네팔 대리대사는 “정말 훌륭한 일을 하고 계시다”며 “두 나라의 좋은 관계가 지속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장학금 후원에 매진해오던 명조스님의 입적 소식도 전해졌다. 스님은 심장이식수술을 받고 조계종 승려복지회 등으로부터 병원비를 지원받아 치료를 이어왔지만 합병증이 발발, 지난해 8월 입적했다. 이날 한국자비공덕회는 스님의 입적소식을 전해들은 현지 학교 6곳에서 하루 동안 학교수업을 멈추고, 스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추모식을 진행한 소식도 알렸다. 명조스님은 동학사승가대학에서 도반으로 연을 맺은 지상스님의 헌신적인 보살핌 속에서 15년 동안 향운사에서 검소하게 생활하며 자비정신을 몸소 실천했다.

이날 향운사 주지 지상스님은 “매일 의미 있는 기도로 심신을 건강하게 하고, 한없는 자비심을 일으켜 네팔 어린이들을 돕는 모임이 후원자들의 정성어린 후원으로 여기까지 왔다”며 “사찰짓는 불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부처님을 만드는 불사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님은 “단체 소임자들의 봉사로 그 어떤 재단이나 단체보다 건강하게 운영되고 있다”면서 “지금은 6개 학교 어린이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꾸준한 관심이 이어진다면 더 많은 오지학교 학생들을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명조스님을 가까이에서 간병한 지상스님은 이날 스님들을 위한 복지의 중요성도 피력했다. 지상스님은 “병고의 사각지대에 놓인 스님들이 많은 만큼 병원비 지원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스님들이 병을 고치고 수행할 수 있는 전용 요양시설이 필요하다”면서 “현 시대에 맞는 승가상 구현을 위해 이같은 시설에서 봉사하는 스님들도 많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향운사 신도이자 한국자비공덕회장을 맡고 있는 최오균 씨는 “토굴이나 다름없는 작은 사찰에서 정진하면서 남을 돕자는 스님들 뜻이 훌륭하셔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면서 “12년 동안 아이들 가르쳐야 하니 부지런히 정진하자던 명조스님 말씀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 달에 1000루피(한화 1만5000원)를 후원하는 것만으로 네팔 어린이 1명을 학교에 보낼 수 있다”며 “받는 기쁨 보다 주는 기쁨이 더 크듯 희망의 씨앗은 우리사회 큰 버팀목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케이피 시토울라 씨도 “가난으로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어린이가 더 많은 현실”이라며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후원 문의는 향운사가 운영하는 한국자비공덕회(www.kjb.or.kr)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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