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  산책]  〈234〉 무엇을 정진할 것인가

선한 일·발심수행을 도와서 

정진은 그것이 이뤄지게 해

보살은 사람들에게 정진(비리야)할 것을 당부합니다. 즉, 정진이라는 법에 확고하게 서라고 일러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도 언제나 우리에게 ‘정진하라’고 당부했습니다. 반열반하실 때 마지막 당부 역시 “정진하라, 게으르지 말라”였습니다. 

주변에는 단 한시라도 가만히 있지 않고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시간낭비라는 생각 때문일까요? ‘어차피 죽으면 쉬게 되니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 바지런히 움직인다’는 신념 아래 아주 열심히 일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면 부끄러워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하지만 경전을 읽다보면 ‘무조건 잠시도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이 정진의 뜻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대지도론> 제30권에서는 정진을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눠서 설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선한 일에 정진할 것. 둘째, 발심하여 위없이 완전한 깨달음을 얻는 일에 정진할 것. 아무 것이나 열심히 부지런히 하는 것이 아니라, 선한 일과 발심수행의 두 가지를 열심히 하는 것이 불교의 정진입니다. <대지도론>에서는, 보살은 사람들에게 이 두 가지를 부지런히 실천하라고 일러줘서 사람들이 정진에 확고하게 설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중에 먼저 첫 번째, 선한 일에 정진하는 것에 대한 설명입니다. 보살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게을러서는 안 됩니다. 만일 그대가 정진하면 온갖 선한 법에 따라오는 공덕을 모두 다 쉽게 얻을 것입니다. 하지만 게으르면 아무 것도 얻지 못합니다. 게으른 자는 나무를 태우면 불을 얻을 수 있다(見木有火)는 사실을 알면서도 게을러서 불을 얻지 못하니, 하물며 다른 일이야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그러니 좋은 것을 얻고 싶다면 정진해야 합니다. <대지도론>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세상 훌륭한 것을 얻는 데에는 다 인연이 있으니, 그 모든 것은 정진에서 생겨난다.”

이렇게 불교에서는 정진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런 만큼 정진에도 그 분류가 여럿 있으니 <대지도론>제30권에서는 크게 세 종류로 설명합니다.

①두 가지 정진이 있습니다. 첫째는 모든 선한 법을 낳고 발전시키는 정진이요, 둘째는 모든 악한 법을 없애는 정진입니다.

②세 가지 정진이 있습니다. 첫째는 무엇인가를 하려고 기획하는 것이요, 둘째는 아주 열심히 그 일을 해나가는 것이요, 셋째는 쉬지 않는 것입니다.

③네 가지 정진이 있습니다. 첫째는 자신에게 이미 생겨난 악한 법을 끊어버려서 없애려는 정진이요, 둘째는 아직 생기지 않은 악한 법이라 해도 자신에게 생겨나지 못하게 하는 정진이요, 셋째는 자신에게 아직 선한 법이 생겨나지 않았거든 발생시키게 하는 정진이요, 넷째는 자신에게 이미 선한 법이 생겨났다면 그 선한 법이 더욱 불어나게 하는 정진입니다.

정진에 대한 이런 분류를 통해 우리는 이렇게 정의내릴 수 있습니다.

“정진이란 모든 선한 법을 도와서 그것이 이뤄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비유하자면 불이 바람의 도움을 받으면 더욱 치열하게 타오르는 것과 같고, 아주 용감하고 굳센 사람이 산을 넘어서 바다를 건너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진리를 깨닫는 일에 정진하면 부처님의 경지에도 이를 수 있으니 하물며 다른 일은 더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사람이 살아가면서 부지런히 착한 일을 하는 것도 참 좋지만, 불교에서는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내딛기를 권합니다. 즉 깨달음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일입니다. 이제 정진의 두 번째 내용인, ‘발심하여 위없이 완전한 깨달음을 얻는 일에 정진할 것’에 대한 <대지도론>의 설명을 만나보겠습니다.

[불교신문3274호/2017년2월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