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 호계원장 성타스님

 

지난 2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집무실에서 만난 호계원장 성타스님은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율장 정신과 승가의 양심을 지키고, 종단을 화합하게 하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올 한해 호계원의 독립성 강화와 공정성, 신뢰성 회복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신재호 기자

양형 기준에 대한 검토 ‘핵심’
 1994년도 현재까지 심판기록
 위원 정보 등 일제 정비 추진

“징계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살릴 의무도 있어…정도 지켜
 판결 이의없게 신뢰회복 주력

 지난 8년 종단 안정기 ‘판단’
 종단발전 생각…총무원장 선거
 공심·화합의 자세 견지 ‘필요’

호계원은 부처님 율장에 근거해 종단을 대표하는 사법기관이다. 청정승단을 위한 승풍진작과 위계질서 확립에 진력하는 호계원은 행정을 담당하는 총무원과 입법을 담당하는 중앙종회와 함께 종단 3권 분립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청정승가 회복과 종단위상 제고를 위해 호법기능이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올해 호계원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와 역할에 발맞춰 호계원 독립성 강화와 판결의 신뢰성 회복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지난 2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호계원장 성타스님을 만나 올해 주요 운영방향과 활동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호계원 판결에 있어 매사 공심으로 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판결을 두고 종도들이 이의를 갖지 않도록 하면서 사심 없이 처리할 때 호계원 생명력이 더 살아나는 법이다. 사람을 제거하는 데만 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고, 살리는데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종단을 위해 희생시켜야 할 부분이 있다면 시행해야겠지만, 구제하는데도 힘써 정도(正道)를 지켜나갈 것이다.”

‘조계종 사법부의 수장’ 호계원장 성타스님은 ‘종헌종법에 따른 공정한 심판’과 ‘종단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은 업무기조에 따라 활동에 임할 것을 강조했다.

호계원장 스님은 특히 “그간 호계원이 입법, 행정, 사법기능으로 구성된 종헌 정신에 입각했을 때, 행정기능이 위축된 측면이 없지 않다”면서 “종단 전체적 상황에서 보면 즉시 호계원의 분리독립을 강화하는 방안을 찾기란 쉽지 않겠지만, 내부 구성원의 전문성을 강화해가는 과정에서 이를 중장기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호계원의 예산관련 부분도 향후 개선점으로 꼽았다.  

이를 위해 호계원은 공정한 판결을 위한 호계원법 개정 추진과 더불어, 중앙종회 종헌종법개정특별위원회 활동에도 적극 참여해 현재 승려법 내 징계에 대한 면밀한 개정활동에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판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일환으로 2년여에 걸쳐 심판기록에 대한 일제 정비 사업도 추진한다. 1994년도 1호 판결부터 현재까지 진행된 전체 기록을 한눈에 파할 수 있도록 데이터화 하는 작업이다. 단편적인 자료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과거 사례와의 비교 검토 작업이 필요하거나, 위원 스님들이 새롭게 임명됐을 때 교육 및 참고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계원의 과거 역사를 정비하는 사업과 호계위원 정보 정비, 지속적으로 지적돼 온 양형 기준에 대한 검토도 주요 사업으로 추진된다. 호계원장 스님은 이같은 사업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향후 호계위원 전체회의를 열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업무를 끌어가는데 최선을 다할 것을 강조했다.         

계율정신 확립에도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승단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종단이 정도를 걷기 위해서는 계율의 중요성을 일깨우겠다는 각오다. 호계원장 스님은 “사실 호계원은 역할을 적게 할수록 좋은 것이고, 징계 받는 분이 없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며 “그러려면 계율 정신을 확대 보급해 사전에 계를 범하지 않도록 제도해야 하고 바로 이런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계원이 종단 질서를 유지하는 중심 기관인 만큼, 종단과 불교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이나 폄훼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징계를 통해 기강을 세우는데도 힘쓴다. 법에 입각한 엄중한 심판을 기본으로 종단화합에 도움이 되는 사법활동을 펼치겠다는 뜻이다. 호계원장 스님은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율장정신과 승가의 양심을 지키고, 종단을 안정시키는 지렛대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근거 없는 비방과 폄훼행위는 종단 안정과 위상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승가의 화합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종단을 향한 애정 있는 비판은 얼마든지 해도 좋지만, 비판을 위한 비판만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진제 종정예하가 신년하례에서 멸빈자 사면에 대한 교시를 내린데 대한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2015년 6월 재심호계원 판결로 많은 논란이 있었고 그 중심에 호계원이 있었다. 후임 원장으로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는 호계원장 스님은 “현재 종단 역량으로 승가화합이라는 틀에서 많은 대중들이 공의를 모아 이를 해결해 나가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호계원도 이런 흐름에 따라 대중공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해 정해진 법과 절차에 따라 종단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오는 10월에는 올해 종단의 가장 큰 과제로 꼽히는 총무원장 선출도 앞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호계원장 스님은 “지난 8년여 동안 총무원장 스님 원력으로 종단이 큰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이런 원력이 계승되려면 평화로운 종권 이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간 종단이 선거 후유증으로 종도와 국민들로부터 지탄과 우려의 말씀을 들었던 만큼, 선거든 추대든 정해진 방식에 승복하고 종단과 불교 발전만 생각해야 한다”면서 “공심과 화합의 자세는 사부대중 모두가 지니고 실천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불자인구 감소라는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교구본사 주지 스님들의 원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이를 위해 교구본사는 지역 전체를 통괄하는 역할에 앞장서고, 종단은 주지 스님들이 포교에 원력을 갖도록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계원장 스님은 “비록 통계청 결과가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높지만, (이번 결과를) 절대 방관해선 안 된다”며 “선방도 1년에 한두 번 일반에 개방해 사람들이 불교에 호기심을 갖고 접근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새봄을 맞이하는 불자들을 위한 법문도 잊지 않았다. 호계원장 스님은 신심탈락(身心脫落)이라는 경구를 들어 자기중심에서 벗어나 남을 바라볼 것을 주문하며, “자기중심적인 행동과 사고를 탈락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했을 때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여유도 생기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종단 포교행정 기틀 다지고
지역 환경운동에도 큰 기여

 성타스님은 호계원장 이전에 지역 시민 환경 운동을 이끈 것으로도 유명하다. 조계종 초대 환경위원장, ‘청정국토가꾸기 운동’ 공동대표 등을 역임하며 종단과 지역 환경운동을 선도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금오집>, <자연과 나>, <마음 멈춘 곳에 행복이라>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 <백암사상>, <경허의 선사상>, <경허선사와 한말의 불교>, <한국불교와 사회적 성격> 등이 있다. 
 1941년 울산에서 태어난 성타스님은 1952년 불국사에서 월산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학성선원에서 금오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58년 3월 범어사에서 동산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1961년 통도사 강원을 졸업하고 법주사 승가대학 강사를 지냈다. 1974년 불국사 총무를 맡아 어려운 절 살림을 챙겼으며, 1998년과 2006년, 2010년에 불국사 주지를 맡아 교구발전과 화합에 힘을 기울였다. 1982년 조계종 교무부장을 맡아 종단 교육발전에도 일조했으며, 1980년부터 제6, 7, 8, 9, 10, 11대 중앙종회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1995년 포교원장을 맡아 종단 포교행정의 기틀을 다졌다. 당시 파라미타 청소년협회와 전국교사불자연합회를 창립해 청소년 포교에 지대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불교신문3273호/2017년2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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