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허선사의 검정소 노래

진관스님 지음 인간과문학사

“눈밭에 잠든 새야/ 아무리 험한 세상/ 말 못하는 새라도/ 눈밭에 잠을 청하는/ 오늘만은 못하지// 들판을 노닐다가/ 홀로서 거닐어도/ 날개 없는 새라도/ 풀밭에 잠을 청하는/ 오늘만은 못하지// 눈물에 젖은 이 밤/ 꿈길에 깨어나서/ 푸른 하늘 날아서/ 우리가 다정하게/ 너를 잊지 못하지”(‘눈밭에 잠든 새’ 전문)
진관스님의 시에서 말하는 ‘아무리 험한 세상’은 일제강점기다. ‘들판을 혼자 거니는 날개 없는 새’는 그 시대 조선 선불교의 중흥을 일으키며 중생들의 가운데서 살았던 ‘경허선사’다. 따뜻한 온기라고는 사라져버린 암흑의 시대를 살면서 경허스님은 중생들이 있는 곳이면 눈밭이고, 풀밭이고 가리지 않고 그 가운데서 살았다. 그것이 선의 정신이고 시대정신이 아닐까.
진관스님이 경허스님의 일대기를 소재로 쓴 시를 엮어 <경허선사의 검정소 노래>를 펴냈다. 지난 7일 서울 인사동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진관스님은 “지난해 8월 수덕사에서 열린 ‘경허 대선사 어록 강설’에 참여해 수덕사 방장 설정스님의 법문을 들으면서 경허스님이야 말로 한국불교의 선맥을 중흥한 분이다. 스님을 바르게 알리기 위해 문학을 빌려왔다”고 말했다.
경허스님은 1849년 철종 9년 출생해 9살 때 청계사로 출가했다. 치열하게 수행하면서 한편으로는 기행도 마다하지 않고 중생들을 돌보며 ‘상구보리 하화중생’을 실천하며 덕숭산을 중심으로 선풍을 날렸다.
진관스님은 경허선사의 일대기를 시로 재평가 한다. “덕숭산에 새벽이 오는 소리/ 사미 스님의 애잔한 염불소리/ 분명히 경허의 참선곡이라// 수행자의 간절한 정진은/ 아이가 어머니의 젖을 먹듯이/ 그러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혜가가 팔을 잘라 바친 마음/ 그러한 마음이 없으면/ 수행자가 될 수 없어// 동이 터오는 수덕사 새벽은/ 나의 심장을 고동치게 한다/ 아주 맑고 맑은 별이다”(‘새벽이 오는데’ 전문)
진관스님은 어느날, 수덕사 새벽예불을 올리다가 만공?월면?수월스님 등 제자들을 지도하며 수덕사에 머물렀던 경허스님을 떠올린다. 간절한 마음으로 정진하라는 가르침을 되새기며 “나는 과연 절실하게 수행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초조 달마스님에게 법을 구하기 위해 팔을 잘랐던 2조 혜가스님의 절실함이 경허스님도 있었는데, 나는 그 절실함이 있었는가하는 자조의 물음이다. 경허스님의 마음이 시인 진관스님에게도 전해진 것일까. 진관스님의 심장은 어느새 고동을 친다.
[불교신문 3273호/2017년2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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