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는 연습

마스노슌모 지음 김지연 옮김 담앤북스

선사들은 도를 묻는 사람에게 ‘졸릴 때 자고, 배고플 때 먹으라’고 답을 했다. 이 말은 바꿔 말하면 밥을 먹을 때는 먹는 행위에 집중하고 잡념을 갖지 말라는 의미다. 마스노 슌모스님도 마음을 정리하는 방법을 ‘집중’으로 풀어낸다.
“불교에서는 식사를 하기전에 오관게를 읊어요. 오관게는 이 음식이 오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공덕을 생각하며, 몸을 유지하기 위한 약으로 음식을 먹겠다는 다짐입니다. 오관게서 알 수 있듯, 식사란 그저 배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먹는 것도 수행입니다. 다른 일을 하면서 먹지 말고, 지금 여기서 식사를 하는 것에만 집중하세요.”
먹는 것 뿐이 아니다. 잠을 자고, 길을 걷고, 일을 하면서 지금에 집중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 반복된 훈련을 통해 마음은 어느새 흔들리지 않고 주체적이 된다. “마음을 지금 여기로 돌려놓는 방법”이다.
마스노 슌묘스님은 또 ‘뺄셈’ 연습을 부지런히 하라고 말한다. 버리기 아까운 비싸게 주고 산 물건, 언젠가 쓸지 모르는 물건, 조금만 살을 빼면 입을 것 같은 옷 등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것부터 버리는 연습을 하라고 한다. 아니면 누군가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버리고 나면 비로소 깨닫는다. “내가 버린 것이 물건이 아니라 복잡하고 집착하는 마음을 버린 것”임을 알게 된다.
“지족을 아는 자는 땅바닥에 누워 지낼지라도 안락할 것이며, 지족을 모르는 자는 천상에 있을지라도 안락하지 못할 것이다. 지족을 모르는 자는 부유해도 가난하다.” 지족은 만족이다. 만족은 욕심을 버릴 때 다가온다. 일예로 많은 사람들은 ‘갖고 싶어서’, ‘언제가는 필요하거나 편리할 것 같아서’ 물건을 구입한다. 스님은 “필요한 것인가가 소유의 기준이 되야 한다”며 “이것이 정말 필요한가, 지금 당장 필요한가를 생각하라. 물건도, 일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마스노 슌묘스님은 일본 조동종 겐코지(建功寺) 주지로, 정원디자이너 겸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일본판 <뉴스위크>에서 세계가 존경하는 일본인으로 선정된 바 있다.
[불교신문 3273호/2017년2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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