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대단히 용기있는 사람”

“스님, 저(서미현, 28, 여)는 요즘 하루종일 우울합니다. 밖에 나가는 것도 귀찮고 누가 나에게 말 걸고 아는 척 하는 것도 싫고 짜증나요. 세상 모든 일이 재미없고 허무하다는 생각만 듭니다. 제가 원래는 친구들과 자주 만나서 떠들고 놀기 좋아하는 성격이었는데 지금은 사람 만나는 것이 귀찮습니다. 제가 이렇게 우울해지기 시작한 것은 취업 시험에 자꾸 떨어지고부터입니다. 이력서를 50군데 이상이나 넣었는데 저를 받아주는 곳이 한군데도 없었어요. 더구나 면접에 떨어졌다는 소식을 대부분 전화로 통보 받다보니, 그 후부터는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긴장되고 기분이 나빠지면서 심지어는 전화를 피하기까지 합니다. 특히 상대방이 누군지 모르는 전화일 때는 더 긴장하게 됩니다. 그러면 저는 상대방이 사소한 것을 물어봐도 제대로 말도 못하고 당황하게 되면서 말을 더듬기도 합니다. 이런 제가 전화도 못 받는 바보가 된 기분이고, 제 자신이 너무 싫습니다.” 

원래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자신감 넘치던 미현씨가 취업 스트레스 때문에 많이 힘들었겠군요! 전화조차 제대로 받지 못할 지경이니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그런데요 미현씨! 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우울한 감정은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느끼게 되는 마음입니다. 우리의 마음 안에는 수많은 마음들이 있는데, 우울한 마음은 수많은 마음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울한 마음은 자신이 가치가 없고 쓸모없다는 생각이 들게 되면 스스로를 한심하다고 비난하면서 자신을 공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자신에 대한 비난과 공격이 점점 더 심해지고 강화되면서 지금 미현씨처럼 사소한 일상생활조차 어렵게 만드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우울한 마음을 겪는 사람은 점점 자신을 더 비하하게 됩니다. 미현씨가 바보이고 못나서, 한심한 사람이라서 겪는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니까 자신을 너무 깎아 내리지 마세요. 오히려 미현씨는 자신의 그런 마음 상태를 알고 스스로 벗어나고자 이렇게 노력하고 있으니 대단히 용기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울한 감정은 자기를 돌보지 않으려고 하고, 자신에게 무관심해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미현씨 혼자 힘으로는 벗어나기가 어렵습니다. 미현씨를 언제나 믿어주고 인정해주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아야만 벗어날 수 있습니다.

한 달 정도는 시간을 정해놓고 그 사람들을 매일 만나세요. 만약 미현씨가 진심으로 믿는 사람이라면 미현씨의 힘들고 우울한 상황을 얘기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처음에는 귀찮고 소용없는 일이라 여겨지겠지만, 가까운 사람들과 자꾸 어울리다 보면 자신이 겪고 있는 일을 다른 사람도 똑같이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또한 가족과 친구들에게 있어서 미현씨가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사람인지를 다시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분명히 아무렇지 않게 전화도 받고 수다를 떨고 있는 미현씨를 보게 될 것입니다. 이와 동시에 미현씨가 취업과 일에 대한 본인의 자세와 생각을 바꾸는 일도 필요해 보입니다. 여기저기 많은 이력서를 내기보다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훈련하고 노력하는 것이 더 성공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50번이다, 60번이다 하고 실패한 숫자에 신경 쓰지 마세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라면 실패는 과정일 뿐이지 부끄럽거나 굴욕적인 것이 아닙니다. 100번이고, 101번이고 성공할 때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노력하면 될 일입니다. 다만, 같은 실패를 반복하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실패를 경험으로 삼아서 배우고, 부족한 점은 채워 나가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실패를 통해서 달라지는 점이 있어야만 다음에도 똑같은 아픔으로 고통받지 않게 되고, 분명한 성공과 발전이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법구경>에서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허술하게 덮은 지붕에 비가 새듯이, 수행이 덜된 마음에는 욕망의 손길이 뻗치기 쉽다. 잘 덮인 지붕에 비가 새지 않듯이, 수행이 잘된 마음에는 욕망이 스며들 틈이 없다.” 취업준비에서 실패한 원인을 잘 파악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한다면 새로운 기회는 반드시 오게 되어 있습니다. 실패가 실패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의 원동력으로 바뀌어서 미현씨의 진짜 실력이 되는 것입니다. 그때는 회사가 미현씨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미현씨가 회사를 선택할 수 있게 되겠죠? 그 날을 바라보면서 오늘에 집중하고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미현씨가 되기를 바랍니다.

[불교신문3270호/2017년2월4일자]

혜타스님 삽화=용정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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