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신년 인사모임에 갔더니 참석자들이 열심히 살아온 자신을 격려하기 위해 수화로 ‘사랑합니다’는 표현을 하여서 무척 인상 깊었다.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가장 칭찬받아야 할 대상은 그 누구도 아니고 바로 내 자신이라는 걸 잊고 살았다.

이번 달 암자순례 법회에서 오른손을 각자의 심장 위치에 올려 보라고 주문했다. 그리고는 심장의 박동소리를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다. 심장이 쉼 없이 호흡하고 있으니까 살아있는 것이라고 하면서 ‘심장아, 멈추지 않고 뛰어 주어서 참 고맙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열심히 동행해준 육체에게 토닥토닥 인사하는 시간이 때로는 필요하다.

살아오는 동안 개인적으로 성공한 일도 있고 실패한 일도 있겠지만 가장 잘 한 일은 죽지 않고 아직까지 ‘살아 있는 일’이다. 살아있기 때문에 서로 마주하며 안부를 전하고 소식을 물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조목조목 따지지 말고 이 세상의 부재(不在)시절이 오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해야 한다.

살아있기 때문에 좌절하기도 하고 도전하기도 하는 것이다. 저 공동묘지의 주인공이 되면 추워도 말할 수 없고 더워도 표현할 수 없다. 그러니까 사회적인 업적이나 평가와 상관없이 모두가 훌륭한 인생을 살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운문사 법당에는 악착보살이 조각되어 있어서 눈여겨보았더니 정토를 향해서 사력을 다해 줄을 잡고 올라가는 모습이었다.

이 풍진 세상에서 지금껏 희망과 열정으로 악착 같이 살아온 인생이므로 너나 할 것 없이 충분히 축하받을 만하다. 이런 이유로 정월 설날이 되면 친구들에게 아직 있어주어서 고맙고, 생존하느라 수고했고, 어떤 일이든 잘했다는 축사를 보낸다.

이러한 생각 때문에 올해의 신행주제를 ‘3다’운동으로 정하고 새해 첫날 발표했다. 여기서의 3다는 ‘고맙다, 수고했다, 잘했다’를 줄인 것이다. 올해는 이 주제를 가지고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어디서나 강조할 계획이다.

[불교신문3268호/2017년1월25일자] 

현진스님 청주 마야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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