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서는 안 되는 말과 행동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려주라 

겨울방학을 맞아 국제선센터에서 ‘어린이 영어캠프’를 진행했다. 늘 조용하고 순탄하게 진행되는 일반인 템플스테이와는 달리 아이들과의 2박3일은 정말 특별나다. 아이들은 도착하는 순간부터 복도와 법당을 뛰어다니며 정신을 쏙 빼놓는다. 

“스님!” “스님~”하며 몰려드는 아이들의 수많은 관심과 요구를 받아주는 것은 물론이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과 함께 부처님께 예불, 염주 꿰며 108배, 원어민 선생님들과 칭찬 릴레이 등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려면 목이 쉬도록 같은 말을 반복해야 한다. 밥 먹는 것, 씻는 일, 잠자리까지 일일이 챙기는 섬세한 수고 없이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둘째 날 용인 민속촌 전통문화체험은 야외활동이라 더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특히 잠자리에 들어야 할 시간에 잠을 안 자고 돌아다니며 친구들과의 장난에 혼이 빠진 녀석들을 달래어 재우는 일은 여간 머리 아픈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아침공양 후 명상시간에 자리에 누워 음악을 들으며 단잠에 빠진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서 부모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짐작이 간다. 아무리 말 안 듣고 속 썩이는 아이라 하더라고 천사처럼 잠든 모습에서 모든 수고와 고단함을 다 보상받는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싶다.

옛말에 세상에서 자식 농사가 가장 어렵다는 말이 있다. 많은 부모들이 자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속을 태운다. 부모가 아무리 출세하고 돈을 많이 벌었다 해도 자식이 잘못되면 그 인생을 성공이라 볼 수 없을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요즘 온 나라를 들썩이는 일명 ‘최순실 게이트’다. 정치적인 수많은 이유를 차치하고라도 한 인간의 입장에서 최순실을 볼 때 참 안타깝다. 딸의 성공을 위해 온갖 비리와 불법행위를 다 동원했지만 결국 그 딸은 세상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돼 있지 않은가? 거짓과 부패의 사회적 이슈가 된 그녀라고 해서 자식을 사랑하지 않았을 리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자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다. 사람을 물질적인 존재로 보고 돈과 권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다. 인간의 본질은 마음이라 사랑이 결핍되면 반드시 문제를 일으키고 그 삶이 온전하지 못하다.

가끔 자녀문제로 상담을 요청하는 부모를 보면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우리 애한테 얼마나 잘했는데요. 수백만원 들여서 과외도 해줬지, 옷도 최고급으로 입혀줬지, 최신형 휴대전화도 다 사줬다고요, 본인이 해달라는 건 다 해줬는데 왜 이렇게 부모 속을 썩이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아이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그 아이가 어떤 마음인지 아시나요?”라고 하면 ‘그걸 왜 묻나요’ 하는 얼굴이다. 자녀가 진짜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기 때문이 생기는 일이다.

사랑이 없으면 인간은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요해도 온전한 인생으로 살 수 없다. 내 아이의 요구를 무조건 다 받아주는 이기적이고 편협한 사랑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사랑은 내 아이가 세상에 나가서 해서는 안 되는 말과 행동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려줘야 하는 것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고 다른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도 무조건 받아주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애고의 집착이다.

인간은 모두 불성(佛性)을 지닌 존재이기에 자식이라 해도 존중하고 존경해야 한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다.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그 부모 모습이 짐작이 간다. 이것이 과연 나만의 편견일까?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이 크나큰 사랑 속에서 항상 행복하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해 본다. 

[불교신문3268호/2017년1월25일자] 

보관스님 서울 국제선센터 국제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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