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매일이 좋은 날

채지충 지음정광훈 옮김느낌이있는책

“선사님은 제게 한번도 

도를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나는 틈만 나면 보여 주었다

네가 차를 들고 오면 받았고

네가 인사를 하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런데도 내가

도의 핵심을 안 보여줬는가…

도는 바로 그 자리에서 

깨우치는 것이다

머리로 생각하기 시작하는 

순간 잘못되는 것이다”

대만 만화가 채지충의 선화.

“우리의 일생에 얼마나 많은 길이 남아 있든, 우리는 그 길 하나하나를 직접 걸어가야 한다. 우리는 그 하루하루를 직접 보내야 한다. 시간이란 기묘해서, 우리에게 많은 날이 있든, 우리는 찰나, 당장만을 실행할 수 있을 뿐이다. 시간은 미리 지불할 수도, 저축해 둘 수도 없다.”

역대 조사, 깨달음을 얻은 스님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것은 ‘지금’이다. 지금이란 순간순간에 충실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다음에’ ‘나중에’ ‘그때 그러지 말 것을…’ 등 과거와 미래를 마음에 담지말고 버리라는 것이다.

채지충 화백은 임제·조주·도겸·운문선사의 가르침을 통해 마음을 닦는 법을 제시하고 있다. 채 화백이 <매일 매일 좋은 날>을 통해 전하는 선사의 가르침 핵심은 ‘지금 충실하라’는 메시지다.

“숭신스님이 도오선사에게 도를 배울 때다. 하루는 숭신이 도오에게 말했다. ‘제가 여기에 온 이후로 선사님은 한번도 도의 핵심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네가 여기 온 이래로 나는 틈만 나면 도의 핵심을 보여 주었다.’ ‘뭘 보여 주셨다는 겁니까?’ 도오가 말했다. ‘네가 차를 들고 오면 나는 받았고, 네가 인사를 하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런데도 내가 도의 핵심을 보여주지 않았단 말이냐?’ 숭신이 한참 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도오가 말했다. ‘도를 깨우치는 것은 바로 그 자리에서 깨우치는 것이다. 머리로 생각하기 시작하는 순간 잘못되는 것이다.’”

채 화백은 선사들의 가르침과 더불어 재치있는 대화도 소개한다. 한 관리가 조주스님에게 ‘스님도 지옥에 가느냐’고 묻자 “나중에 죽으면 지옥에 갈 거다. 내가 지옥에 안가면 누가 당신을 구제해 줄 것이냐”고 반문한다. 

또 소동파가 불인선사와 함께 참선을 하다가 “지금 제 모습이 어떻습니까?” 묻자 불인선사가 “부처님 같소” 대답을 한다. 잠시 후 불인선사가 “내 모습은 어떻소” 묻자 소동파는 “쇠똥 무더기 같습니다” 답한다. 그 말을 들은 불인선사는 즐거워한다. 

소동파가 기쁜 마음으로 “내가 불인선사를 이겼다”고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자 여동생이 일침을 놓는다. “오라버니가 졌어요. 선사는 마음이 부처와 같아 오라버니를 부처로 본 것이고, 오라버니는 마음이 쇠똥 같아서 선사를 쇠똥으로 본 것이지요.”

책은 세 단락으로 구분돼 있다. 첫 장은 태어남과 인생. 인생이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대한 선사들의 답이 정리돼 있다. 둘째 장은 수행과 깨달음이다. 스승과 법거량을 하면서 깨달음을 찾아가는 일화들을 소개했다. 셋째 장은 죽음, 그리고 영원이다. 인생은 결국 꿈과 같이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이라는 가르침을 바탕에 두고 ‘죽음은 두려운 것도 아니고, 단절도 아니다’고 말한다.

“잠을 잘 때는 죽음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음을 기억하고, 깨어 있을 때는 삶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임을 상기해야 한다.” 한번 뿐인 인생을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할까. 선사들은 “천당도 지옥도 모두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니, 마음을 항상 흔들리지 않게 하라”고 답한다. “물에 있으면 물고기가 되고, 허공에 있으면 새가 되는 원리”다.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곧 행복을 찾아가는 지름길이 아닐까.

이 책에서 저자는 당나라 시대 고승들의 선문답과 설법을 소개하며, 여러 형태의 선화(善畵)를 선보이고 있다.

채지충은 1948년 대만 창화에서 태어나 15세 때부터 전문 만화가로 활동했으며, 경전의 내용과 동양의 사상을 만화로 옮겨 45개국에서 출판을 한 바 있다. 고려대장경연구소 이사장 종림스님은 “채지충은 난해한 중국 고전과 불교의 가르침을 재치있게 해석해 만화로 재탄생 시킨 세계적인 만화가”라며 “이 책을 통해 선의 정수를 볼 수 있다”고 추천사를 썼다.

[불교신문3268호/2017년1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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