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예방을 받고 차별 없는 공정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20일 오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접견실에서 새로운 대선주자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반기문 전 총장을 만나 세계평화와 종교의 역할, 국제관계 등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 

이날 총무원장 스님은 “임기 내내 세계평화와 기아와 빈곤 등의 영역에서 두루 임무를 수행하시고 잘 마치고 돌아오셨다. 인천공항에서 마이크를 잡으신 순간부터 아수라 세계로 뛰어드셨다”며 말 문을 열었다.

반 총장은 2010년과 2011년 총무원장 스님을 만난 인연을 언급하며 “지난 며칠 간 민생탐방을 위해 지방도시를 다녔고, (오늘은) 정부와 종교계 주요 지도자들에게 가르침을 얻기 위해 조계종을 가장 먼저 찾았다”고 답했다. 

또 “지난 10년 간 세계 곳곳의 격전지에서 근무를 했고 대체적인 평가가 ‘잘 대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저에 대한 공과는 역사가 판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총무원장 스님은 특히 다종교 다문화 사회에서 사회 화합을 위해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의 필요성을 적극 피력하고, 법제화를 위한 노력에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2010년 뉴욕에서 종교지도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종교간 갈등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증오범죄방지법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며 “이민국가에서 종교와 문화, 인종 등의 분야에서 갈등이 벌어졌을 때 이 법을 통해 해결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증오범죄법의 기본은 인권이고, 우리나라도 인권 보호를 위해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지금은 다툼이나 분쟁이 벌어지면 ‘종교가 알아서 하라’는 식이지, 중재해 줄 만한 역할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보수 종교계의 반대로 법안이 번번이 무산된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고,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역설했다. 

이에 반 전 총장도 “차별금지는 유엔헌장의 기본 원칙이며, 인종이나 성별, 연령, 신체적 특성, 장애 등 모든 것을 망라해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차별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이 대원칙”이라며 적극적인 공감을 표시했다.

반 전 총장은 “차별하고 소외시키면 갈등의 씨앗이 뿌려지고, 갈등이 심화되면 분쟁이 되고, 또 무력충돌이 일어날 수 있고 여기서 더 심화되면 전쟁이 된다”면서 “이런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는 종교지도자분들의 역할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은 “종교지도자들의 말씀 하나하나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며 “특히 불교가 대한민국 국민들 간의 화해와 관용의 자세를 함양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총무원장 스님은 “세계 곳곳의 분쟁은 대부분 종교 갈등이 주 원인이다. 그럼에도 많은 부분에서 화해가 깃들도록 이뤄낸 점은 반 총장님의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격려했다.

이날 반 전 총장은 조계종 총무원 예방에 앞서 조계사 대웅전서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헌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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