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漁夫)

                                             김종삼  

바닷가에 매어 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老人)이 되어서

중얼거리려고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작은 어촌 마을의 포구에 고깃배가 묶여 있습니다. 격랑 위에서 늘 흔들리는 고깃배입니다. 마치 모질고 어려운 시련을 견디며 살고 있는 어부의 삶처럼. 그러나 화창해지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거센 해풍이 잦아들고 바다가 잠잠해지면 먼 해역으로 가 그물을 펼칠 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껏 살아온 굳세고 꿋꿋한 힘이 내일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될 것을 믿으면서 말입니다. 

김종삼 시인은 시 ‘내가 재벌이라면’에서 “양로원 뜰마다/ 고아원 뜰마다 푸르게 하리니/ 참담한 나날을 사는 그 사람들을/ 눈물 지우는 어린것들을/ 이끌어 주리니/ 슬기로움을 안겨 주리니/ 기쁨 주리니”라고 써서 우리 주변의 쓸쓸하고 가난한 삶에 대해 큰 관심을 표현했습니다.

[불교신문3267호/2017년1월21일자]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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