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깊어간다. 간밤에 내린 눈이 도량을 순백의 세상으로 만들어 놓았다. 세상은 온통 옳고 그름의 시비를 논하느라 진흙탕 설전인데 눈 덮인 겨울산은 잠시 세상사를 잊게 한다. 

입에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고 했던가. 분분한 말은 가벼운 귀를 찾아 친구 삼는다. 승과 속을 막론하고 귀가 얇은 사람은 늘 그 귀 주변에 가벼운 입술들이 모여 들게 돼 있으며, 가벼운 입술이 전하는 말에 흔들리기 쉬운 얇은 귀는 그의 주인이 하는 큰 일을 그르치게 하며 궁극에는 망하게 만든다. 그것이 인과의 진리이며 만고불변의 이치이다. 요즘 정국은 바로 그것을 대변하고 있다. 

달콤한 말과 친절한 말, 간사한 말과 충언의 말을 구별하지 못하는 어리석음, 그것은 지위고하와 세간과 출세간, 법납의 길고 짧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어느 위정자의 일로 회자되는 일 뿐만이 아니며 승가 곳곳에 크고 작은 단체들에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출세간에서는 탐진치, 삼독심을 경계하라고 충고한다. 그 중에 어리석음을 가장 경계해야 하며,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기도하고 수행정진하며 선정을 통해 지혜의 힘을 얻어야 한다고 법문에 담아 강조하며 가르친다. 번지르한 말 보다는 작은 실천이 절실히 요구되는 요즘이다.

국가의 뿌리인 민심을 흔들고 있는 원인을 살펴보면 대단히 큰일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의 어리석은 판단과 일치되지 않은 언행에서 시작된 듯하다. 어떤 충고도 듣지 않는 얇은 귓가에 긴 세월 빈대처럼 붙어있는 가벼운 입술에 절절매고 물리치지 못하는 데는 분명 치명적인 약점이 그 입 속에 있을 것이다. 힘없는 국민들에게는 대포폰을 쓰면 법적 처벌을 받는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권력과 힘을 가진 사람들은 대포폰을 몇 개씩 가지고 온갖 부정과 횡포를 일삼았다. 법의 기준은 어디에 있는가.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하다는 말이 무색한 일이다. 

입에는 말이 적게, 마음에는 생각이 적게, 뱃속에는 음식이 적어야 한다는 어느 어른 스님의 말씀을 깊이 새겨 볼 일이다.

[불교신문3267호/2017년1월21일자] 

진명스님논설위원·전국비구니회 사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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