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과 화해하고 싶은데…

“스님 저(박철호, 47, 남)는 집사람하고 대화가 안됩니다. 말을 시작하면 먼저 언성이 높아지고 결국 싸움으로 끝나고 맙니다. 얼마 전에도 아이들 학원 보내는 문제로 크게 싸운 후에 한 달이 넘도록 서로 말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희 부부도 불편하지만 아이들도 제 눈치를 보며 불안해하는 것 같아 미안해서, 집사람과 화해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제가 먼저 말을 붙여도 집사람은 짜증부터 내고 제 말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집사람과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좋을 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철호씨가 아내와 화해도 하고 싶고 아이들에게도 예전의 편안했던 아빠로 돌아가고 싶은데 그 방법을 몰라서 답답하고 많이 힘들다는 말씀이시군요!”

좋은 방법을 찾는 데는 그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철호씨는 부인과 말만 하면 언성이 높아지고 싸우게 된다고 하셨는데요. 혹시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왜 아내와 이야기만 시작하면 말소리가 커지고 사나워지는 걸까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언성을 높여서 이야기할 때는 주로 자신의 말이 상대방보다 옳다는 생각과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그대로 따라주기를 바랄 때 큰소리로 말을 하게 됩니다. 철호씨도 아내와 이야기를 하는 무의식중에 “내 생각이 당신 생각보다 옳아, 그러니까 내 말대로 해, 당신 의견은 들을 필요도 없어”라는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가지고 은연중에 아내에게 그 생각을 강요한 것입니다. 이 말은 아내의 입장에서 들으면 “너는 틀렸어, 네 말은 들을 가치도 없어!”라는 말로 들립니다. 그 말을 들은 아내는 무시를 당한다는 기분이 들게 되고, 무시를 당한 아내가 남편을 보면서 웃는 것이 당연할까요, 화를 내는 것이 당연할까요? 아내가 남편인 철호씨 얼굴을 쳐다보려고 하지도 않고 말도 들으려 하지 않았던 이유가 조금은 이해가 되시겠지요?

미국 시애틀에 있는 대학의 심리학자 존 고트만 박사 연구에 의하면 부부는 함께 살면서 얼굴 표정 뿐 아니라 마음상태까지 서로에게 영향을 미쳐서 마치 거울 보듯 똑 같이 닮은 행동을 한다고 합니다. 이 말은 지금 아내의 표정과 행동은 남편인 철호씨의 표정과 행동, 그대로라는 것입니다. 철호씨가 화난 표정으로 대하기 때문에 아내도 화난 표정으로 대하는 것이고, 철호씨가 아내 말을 들어주지 않기 때문에 아내도 철호씨 말을 들어주지 않게 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내가 화를 풀기를 바란다면 철호씨가 먼저 화를 풀어야 하고, 아내가 철호씨 하는 말을 잘 들어주기를 바란다면, 철호씨가 아내 말을 먼저 잘 들어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철호씨는 화를 풀고 싶은데, 아내가 받아주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아직 철호씨의 진심어린 마음과 행동이 아내에게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켜켜이 쌓여있던 아내의 화난 마음이 철호씨의 한마디와 한 번의 눈웃음으로 어떻게 금방 풀어지겠습니까? 이럴 때는 아내에게 편지를 써보시면 어떨까요? 그리고 앞으로 대화를 할 때는 철호씨가 먼저 아내를 공감하고 인정해 주는 마음으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정하게 말해 보세요. “당신 생각이 맞겠네. 아이들하고 같이 있는 시간이 나보다 많으니까 당신 말대로 하는 것이 좋겠어”라는 말로 시작해 보세요. 아내도 편안하게 철호씨의 의견을 존중하고 따라줄 것입니다. 즉, 아내가 남편인 철호씨를 향해 다정하게 말하고, 의견을 존중해주기를 바란다면, 철호씨가 먼저 아내를 향해 다정하게 말하고, 아내를 존중해주는 것이 먼저인 것입니다.

<잡아함경>에서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게 되고, 이것이 일어나므로 저것이 일어난다.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게 되고, 이것이 소멸하므로 저것이 소멸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미안하다, 엄마 아빠가 서로 의견이 달라서 그랬단다. 이젠 아빠가 엄마 말을 잘 들어주기로 했으니까 너희들도 걱정 하지마”라는 위로의 말을 해 주세요. 이렇게 아내와 자녀들에게 먼저 마음을 내어주면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부드러워지고 얼굴 표정이 밝아질 것입니다. 그러면 남편의 표정과 행동을 그대로 닮게 되는 아내 역시 목소리가 부드러워지고 얼굴이 밝아지는 것은 당연하겠죠? 이것은 결국 철호씨가 바라는 가족들의 행복이 될 것입니다.

[불교신문3267호/2017년1월21일자] 

혜타스님 삽화=용정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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