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를 당당히 어깨두른 스님이 아름답다

오늘은 2년 전에 이 세상을 떠나가신 어느 비구 스님의 두 번째 기일이다. 그 스님을 생각하면서 정토마을 자재병원 뜰을 걷고 있다. 얼마나 많은 고통과 괴로움 속에서도 살아보려고 몸부림 쳤던가. 오랫동안 불사에 집중하면서 하루 한나절 쉬어본적이 없었다던 스님의 독백 속에서 내 사는 모습을 돌아보기도 했었다. 수행에 뜻을 두고 출가했지만, 제대로 수행도 못해보고 절 불사 일에만 몰두하다보니 몸에 병이 드는 줄도 모르고 살았다며 허공에 한숨을 던지던 모습, 펼쳐 보지도 못한 꿈에 대한 이야기들….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 지났다.

처음엔 괜찮겠지 싶어서 사람들이 권하는 좋은 식품들과 대체의학요법을 하면서 낮에는 도량을 꾸미며 온갖 잡일을 했고, 저녁부터 늦은 밤까지는 참선을 하셨다 했다. 여기까지만, 여기까지만 하면서 10년이 넘도록, 절 짓고, 도량 가꾸는 일에 전념했다며, 간절한 충고도 해주셨다. 불사는 이제 그만 하라고. 이제부터는 자신을 위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면 좋겠다고 말이다. 또 자신이 몸이 조금 좋아지면, 일밖에 모르는 두 사람 함께 바다가 있는 곳으로 여행을 가자고 했고, 나는 스님과 마주보며 크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스님의 몸이 점점 힘들어지면서 바다가 있는 곳으로 함께 떠나보는 여행은 이생에서는 이룰 수 없는 꿈이 되고 말았다.

스님은 3년 전부터 공양하고 나면 명치끝이 아프고 소화가 잘 되지 않아서 힘들 때가 많았지만 일이 끝나고 나면 병원에 한번 가봐야지 하면서 보낸 세월이 3년이 지나서였단다. 6개월 동안 체중이 10kg이상 빠지면서도 병원에 가볼 생각을 미처 해보지 못했다 했다. 자신이 암이 걸릴 수도 있다는 생각은 꿈에서조차 해 본적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스님의 말씀에 나는 그저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우리 스님들은 이렇게 인내심이 강할까. 이 생각은 내가 호스피스를 시작한 20년 전부터 해오던 생각이다. 암으로 인해 사망하는 젊은 스님들의 죽음을 볼 때마다 가슴 아프고 안타까움도 컸다. 병원에 가기를 미루고 자연요법 등에 의지하다보니 때와 시기를 놓쳐서 결국은 첨단문명 속에서도 살아날 길을 찾지 못하고 결국은 죽어 가야하는 현실에 직면하고야 만다.

올해만 해도 내 기억 속에는 조기에 암을 발견하지 못해 떠나간 젊은 스님들이 셋이나 된다. 어떻게 해야 우리 스님들께서 건강을 적절히 챙기고 건강검진도 때에 맞추어 할수 있을지 막막할 뿐이다. 암이 전이되어 말기가 되면, 아무리 살고 싶어도 살수가 없고 죽어가는 여정 안에서 겪어내야 하는 고통과 괴로움, 그리고 죽음이 주는 공포심이 어떤 것인지, 어떤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출가를 할 때는 사람들마다 꿈이 있고, 서원이 있어서 사문의 길을 걷고 있을 텐데 그 꿈에 가 닿기도 전에 불치병으로 대책없이 죽어가야 하는 상황은 그 죽음을 돌보는 나의 입장에서는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하다.

제발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자신의 몸이 불치병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도록 잘 살펴야 하며 때에 따라서 적절한 검사와 조기치료를 통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돌보는 것도 수행의 한 측면임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 젊음을 건강하게 잘 지켜가는 것이 사문 삶의 질을 더 높여가는 것이지 않을까. 온갖 불치의 질병이 난무하는 이 시대, 무엇하나 안전하지 못한 지금 이 순간이지만 그래도 우리들은 몸과 마음으로부터 깨어 있으면 참 좋겠다.

조금만 몸에서 이상함이 느껴지거나 불편한 신호가 나타나면, 주변에 있는 큰 병원으로 가야한다. 암은 젊을수록 그 진행의 속도가 빠르고, 그 반면 치료 효과는 더디는 현상을 보이지만, 초기에만 발견하면 그리 어렵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당당한 사문의 어깨위에 걸쳐야 하는 가사를 관 뚜껑 위에 덮을 때마다 밀려오는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나의 눈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있다면 그것은 당당한 어깨서부터 몸을 감싸고 있는 대가사를 입은 사문의 모습이다.

[불교신문3267호/2017년1월21일자] 

능행스님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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