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식 가르침 따르면 마음의 평화 얻는다”

지난 10년 108산사 이은

53곳 기도도량순례 통해 

‘다함없는 법륜(無盡輪)’

장학금 약사보시 등 실천

‘53기도도량’ 2016년 마지막 순례법회는 지난 12월9일과 10일 ‘직지’로 이름난 도시, 청주 보살사에서 여법하게 봉행됐다.

‘선묵혜자스님과 마음으로 찾아가는 53기도도량’ 제10차 순례법회(2016년 12월9~10일)가 충북 청주시 낙가산 보살사에서 여법하게 봉행되었다. 

병신년 53기도도량 마지막 순례 전날, 저녁부터 비가 많이 내려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정작 순례 날 아침에는 가랑비만 추적추적 내렸고 기온도 포근했다. 늘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이동하다보니 기후가 변수였지만, 이번 순례도 다행스럽게 불보살님의 가피 때문인지 그런 걱정이 이내 사라졌다. 

주차장에서 색색(色色)의 우산을 들고 보살사로 향하는 회원들의 행렬을 바라보면 참으로 장관이다.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한 사람은 이런 감동을 느끼지 못한다. 한 달에 한 번씩 53기도도량 순례 회원들만이 빚어내는 풍경이다. 회원들은 짝을 지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보살사를 품고 있는 겨울 낙가산을 올랐다. 

겨울나무들은 가지마다 제 잎을 버리지 못하고 아직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고 메마른 목피(木皮)들은 추위를 인내한다. 순례는 그 모든 자연의 향기와 자연의 변화를 체감하는 시간을 준다. 산사순례가 아니고선 정작 맛볼 수 없는 특별한 감흥이다. 

보살사는 조계종 제5교구본사 법주사의 말사로서 법주사를 창건한 의신스님이 신라시대(567년)에 창건한 절이다. 청주시 근교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때 몇 번의 중창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여러 유물들이 있으나 가장 뛰어난 것은 석조이존병립여래상이다. 이 불상은 높이가 84㎝로 충청북도 유형문화재인데 커다란 관석에 두 불상을 나란히 새긴 ‘일광이불상’으로 단순하고 단아한 기법의 고려불상의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회원들은 <화엄경> ‘입법계품’에서 선재동자가 열 번째 선지식인 승열 바라문을 만나러 가는 것처럼 마음이 한없이 즐거웠다. 일주문에 도착하자 보살사 대중들이 우리 보현행원들을 반갑게 마중 나와 있었다. 마음은 마음으로 통한다고 했던가. 회원들은 대중들의 넉넉한 미소만으로도 이미 승열 바라문을 친견한 것 같았다. 

선묵혜자스님과 보살사 대중 스님은 일산(日傘) 아래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평화의 불을 모시고 천천히 경내로 향하고 우리 회원들도 합장하고 뒤를 따랐다. 경내에는 극락보전과 두 동의 전각이 있는데 고풍스럽고 아담했다. 천년을 버티어 온 퇴색된 단청들이 또 다른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삼성각 앞에 새겨진 푯말이 회원들의 마음을 다잡는다. 

“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남을 사랑함에도 먼저 자신을 사랑해야 합니다./ 남을 신뢰함에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자신으로부터 전개하여/ 결국에는 자신에게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우리 회원들이 매달 순례를 떠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나를 사랑하고 남을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함이다. 이 보다 더 큰 가르침이 어디에 있겠는가? 

우리 회원들은 기도처를 잡고 육법공양을 시작으로 천수경과 사경, 안심법문, 108참회기도를 끝낸 뒤에는 선묵혜자스님의 법문을 들었다.

“오늘은 병신년의 마지막 순례입니다. 다사다난했던 한해도 지나고 희망찬 정유년이 밝아옵니다. 올해도 행복하셨는지요. 누구는 행복했을 것이고 누구는 힘든 과정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 또한 미래의 행복을 위한 길목일 뿐입니다. 내년에는 더 많은 복을 지어서 불보살님의 많은 가피를 받기를 이 스님은 간절히 서원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10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세월동안 비가오나 눈이오나 추우나 더우나 긴 여정을 모두 함께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들의 인연은 예사로운 인연이 아니라 과거세부터 이어온 오랜 법연(法緣)임을 스님은 그 누구보다도 잘 압니다. 

그렇습니다. 부처님의 말씀대로 삶은 영원하지 않지만, 우리가 내디뎠던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순례와 53기도도량 순례’는 내년에도 변함없이 계속될 것입니다. 아울러 우리의 건강과 행복 또한 집안에 가득할 것입니다. 모쪼록, 올 한해도 잘 정리하고 새해 정유년에도 성불의 길을 함께 걸어가기를 이 스님은 간절히 기원합니다. 

오늘 우리는 화엄경 입법계품의 진리를 배우기 위해 53선지식 중 열 번째 선지식인 승열(勝熱) 바라문을 친견하러 왔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이 친견하고자 하는 승열 바라문은 지금 어디에 계시는가요. 돌아보세요. 바로 여러분들 곁에 있는 도반입니다. 결코 선지식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늘 우리 곁에 있음을 알고 내년에도 환한 모습으로 스님과 함께 순례를 다닙시다.”

사진은 평화의 불을 이운하는 회주 선묵스님(왼쪽)과 보살사 대중 스님.

선재동자가 열 번째 선지식인 승열 바라문을 친견하고 난 뒤 얻은 가르침은 무엇일까? 승열 바라문이 선재동자에게 준 가르침은 ‘다함없는 법륜(無盡輪)’이다. 즉 ‘모든 보살들이 선지식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게 되면 자신이 가진 모든 의심과 두려움이 없어져서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이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 회원들은 오직 선지식의 가르침을 의심하지 말고 이를 따르고 실천하면 곧 성불의 길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 회원들이 선묵혜자스님을 선지식으로 지난 10년 동안 ‘108산사순례와 53기도도량’순례를 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니겠는가. 만약, 선묵혜자스님이 없었다면 이러한 순례의 길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선지식의 가르침은 아무리 힘들고 어렵다고 하더라도 이를 따르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절실하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가르침이 아니겠는가. 

법회를 봉행한 뒤에는 회원들의 즐거운 음성공양과 선묵혜자스님의 음성공양도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청주시장까지 오셔서 53기도도량 보살사 순례를 축하했다. 그리고 회원들은 기와불사와 직거래장터, 국군장병 초코파이보시, 소년소녀가장 장학금, 108약사여래보시금 수여 행사도 아울러 가졌다. 

[불교신문3266호/2017년1월18일자] 

선묵혜자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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