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양산 성전암서 봉행

양산 성전암에서 봉행된 박종철 열사의 30주기 추모재

1987년 3월3일 공권력의 모진 고문으로 숨진 박종철 열사의 49재가 다가왔지만 누구도 추모재에 선뜻 나서지 않았다. 전두환 정권의 서슬 퍼런 감시 앞에 종교계도 눈치를 살폈다. 부친 박정기씨가 포기할 무렵 당시 사리암 주지였던 도승스님만이 흔쾌히 추모재를 지내주었다. 스님은 “불교가 시대정신에 어긋나지 않게 노력하고 싶었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좋은 길로 가길 빌어주고 세월이 지나도 기억하는 것 뿐”이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도승스님은 박종철 열사의 유골이 뿌려진 모래를 채취해 경전과 함께 묻고 묘비를 세웠다. 모두의 마음에 숭고한 뜻을 새우고 다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랐다. 이후 1월13일이면 빠짐없이 기일을 모셨다. 20여 년 전 부산 사리암을 떠나 양산 성전암으로 옮기며 박종철 열사의 영정도 함께 옮겨 안치했다.

지난 13일 양산 성전암 대웅전에서 박종철 열사 30주기 추모재가 열렸다. 이날 추모재에는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와 어머니, 누나 등 유족과 지인, 신도들 40여 명이 모였다.

30년이 흘러도 그날의 기억은 잊히지 않고 생생하다. 도승스님의 집전으로 시작된 추모재 내내 유족들은 터져 나오는 울음을 삼키며 굵은 눈물을 흘렸다. 유족을 바라보며 모두가 숙연해졌다.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씨와 어머니 정차순씨

박정기씨는 “건강이 좋지 못해 언제까지 추모재에 참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30년이 흘러도 추억해주는 아들의 지인들과 기도해주는 스님들에게 감사드린다”며 “매번 조촐하게 넘어간 추모일이었지만 이번 30주기는 단순한 추모를 넘어 민주화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불씨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故 박종철 열사의 30주기를 기리는 추모행사가 서울과 부산에서 동시에 열린다. (사)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와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는 박종철 열사의 기일인 14일 오후 4시부터 부산 진구 소민아트센터에서 30주기 추모식 행사를 진행한다. 행사는 추도사와 추모영상, 박종철 합창단의 ‘임을 위한 행진곡’ 공연, 추모시 낭송 등으로 진행된다. 또한 같은 시각 열사의 모교인 혜광고 동문으로 구성된 박종철추모음악제추진위원회가 '고향 친구들이 친구 종철이를 추억하다'라는 제목으로 추모 음악회와 사진전을 남포동 시티스폿에서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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