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종교란 무엇인가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지음 / 들녘

우리나라는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가 헌법에 명시된 국가다. 누구도 다른 이에게 종교를 강요할 수 없으며 누구나 종교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적으로 언론을 통해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기도를 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본다. 또 종교계 지도자들을 만나 표심을 얻으려는 정치인들의 모습도 흔히 본다. 공식적으로 정해진 국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1년에 두 번, 부처님오신날과 성탄절은 법정공휴일로 지정돼 있다. 불교와 기독교인들에게 이 날은 종교적인 의미가 있는 날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단지 ‘쉬는 날’일 뿐이다. 이렇게 부처님오신날과 성탄절을 ‘그냥 쉬는 날’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사실 우리나라 인구 절반을 넘는다. 인구총조사 결과 무종교인들이 50%를 웃돈다. 하지만 무종교인인데도 ‘뺑뺑이’로 배정받은 중·고등학교나 점수에 맞춰 지원한 대학에서 종교 관련 수업을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하다는 것이 ‘종교의 자유 침해’가 아니냐는 논란은 이전부터 있어왔다.

이처럼 한국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종교적 지형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에게 종교란 무엇인가. 어떤 이에게 종교란 절대적 진리의 세계이며, 어떤 이에게 종교는 무지에 근거한 오류에 불과하다. 하지만 종교인이냐 비종교인이냐 분류를 떠나 우리는 종교를 우리 삶에 존재하는 요소의 하나로, 하나의 차원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삶 속에서 생산한 역사문화적 산물로 종교를 이해하는 것, 즉 인문학적인 시선으로 종교를 이해하는 일이야말로 우리이게 꼭 필요한 소양이다. 종교문화 전반에 관한 학문적 연구를 기반으로 인간의 삶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인문학적 전망을 모색하는 연구자들이 모인 한국종교문화연구소가 지은 ‘우리에게 종교란 무엇인가’는 바로 내가 알아온, 내가 배워온 종교를 다시한번 곱씹어보자는 것을 골자로 한다.

책에 따르면 종교는 문학, 역사, 철학, 예술처럼 인간이 살아가면서 만들어낸 삶의 한 차원이며 역사문화적 산물이다. 또 종교 역시 우리 자신을, 우리 사회를,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인문학적 성찰을 필요로 하는 대상이다. 우리 시대의 종교를 문화비평 차원에서 재조명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불교신문3266호/2017년1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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