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여울길

이보라 지음 청어

“떠나는 자가 있되 반드시 기다리는 이가 있는 곳이다. 누가 떠나든 나도 항상 기다리고 있다. 이별해도 만남을 기약할 수 있는 데가 바로 이 영도다리다.” 영도다리에서 봉래산으로 가는 가파른 언덕을 따라 작은 길이 하나 나 있다. 그 길옆으로, 다닥다닥 집들이 뒤엉켜 세워져 있다. 부산 흰여울길이다.

지 신춘문예 소설로 등단한 이보라 작가가 두 번 째 장편 <흰여울길>을 펴냈다. 소설의 배경은 작가가 태어나 살고 있는 부산 영도를 소재로 삼았다. 영도에 있는 흰여울길은 ‘변호인’ 등 여러 영화의 배경이 되면서 최근 많은 관광객이 찾는 길이다. 봉래산 기슭에 위치해 있는데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높은 절개지를 따라 바다로 굽이치는 모습이 마치 흰 물보라가 이는 모습과 같다”는 데서 유래한 지명이다.

관광객에게 이 길은 영화에 나왔던, 1970년대를 떠올리는 명소지만 부산 사람들에게는 가난과 역경의 상징이다. 차 한 대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다닥다닥 붙은 집. 그리고 한국전쟁을 시작으로 타지에서 온 가난한 사람들이 엉켜 살기 시작한 곳이 이 마을이다.

불교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활발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보라 소설가.

소설의 주인공인 영도댁은 원양어선을 타고 나갔다가 태풍을 만나 사라진 남편을 기다리며 영선·영주 남매를 키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쏟아내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 안에서 거친 시대를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정겹게, 때로 안타깝게 전개된다.

“도는 경계에 있고, 길은 사이에 있다. 봉래산에서 영도바다로 사람들이 길을 냈다. 흰여울길이다. 산꼭대기에서 흐른 물이 바다에 닿기 위해 자연히 거쳐가는 길이다.” 흰여울길을 답사하면서 작가는 “자연스럽게, 물처럼 산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는다.

이보라 소설가는 동국대 국문학과를 졸업, 동 대학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월간 <현대문학>에 이어 2014년 불교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소설집 <내가 아는 당신>, <바깥에서>과 장편소설 <사람꽃 연화>를 펴냈으며 인간과문학인상 등을 수상했다.

[불교신문3266호/2017년1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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