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에게 우유를 먹이는 방법

풍경소리 엮음 운주사

“저울 위에 파리 한 마리 앉게 되면, 가리키는 눈금은 변함이 없겠지만 그 무게는 거짓이 됩니다. 한 양동이 청정수에 한 점의 오물이 떨어지면, 그 물은 폐수가 됩니다. 무심한 마음에 미워하는 마음이 얹히면 분노가 되고, 가지고 싶은 마음이 얹히면 탐욕이 됩니다.” 법주사 천룡스님의 글이다. 짧은 비유지만 그 안에 불교의 가르침이 가득 차 있다.

수도권 지하철역에 가면 ‘풍경소리’를 만날 수 있다. 매달 두 편의 글과 그림이 무료하게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시선과 마주하다. 풍경소리는 17년째 이어지며 “사람들의 가슴에 훈풍을 넣어주고, 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지나온 삶을 한 번쯤 생각하게 해 주는 글과 그림”을 게시하고 있다.

풍경소리가 그동안 게시했던 글 가운데 100편을 가려 뽑아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글은 내용에 따라 4개의 장으로 구별했는데 첫 장은 ‘돌아보기’다. 우리 삶과 인생을 돌아보는 내용을 담았다. 둘째 장은 ‘바라보기’.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았다. 셋째 장은 ‘통찰하기’로 인생을 살면서 기억하고 있으면 좋을 듯한 지혜의 말을 정리했다. 셋째 장 ‘알아차리기’는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삶의 주인이 돼야 한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k 씨는 쓰던 원고를 덮어두고 산책을 나섰다가 한 노인이 구걸하고 있는 것을 봤습니다. 급하게 주머니를 뒤졌지만 손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떨고 있는 허공의 그 손을 K 씨는 덥석 잡았습니다. 구걸하던 노인이 말했다. ‘싸늘한 동전 몇 닢 던져준 사람은 많았어도, 이렇게 따뜻한 손은 선생님이 처음입니다.’”(따뜻한 손, 맹난자 수필가)

우리가 살아가면서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어떤 마음으로 가정과 사회를 바라볼 것인가. 때로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우며, 남을 짓밟으려는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이 같은 문제들에 대해 풍경소리는 답을 하고 있다.

참여한 작가들은 맹난자 수필가, 최윤주 미국 생물학 연구원, 김원각 시인, 문윤정 수필가, 천룡스님, 지운스님, 홍신자 무용가 등 다양하다. 그들이 살면서 전하고 싶은 말을, 재치있는 비유로 전달하고 있다. 여기에 동양화가인 박준수 화백과 전각예술가 정고암 선생이 그림과 전각을 통해 글맛을 더해주고 있다.

풍경소리 대표 선묵스님은 “옛적보다 물질적으로 잘 살 수 있게는 되었지만, 잃어버린 것들이 많다. 그중 서로 위로하고 함께 기뻐하는 마음은 잃지 말아야 한다. 풍경소리는 칭찬과 격력의 습관”이라며 “짧은 이야기지만, 마음의 위안을 얻고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힘과 지혜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출간의 의미를 밝혔다.

[불교신문3266호/2017년1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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