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포교사로 ‘새 출발’ 정재근 前 행정자치부 차관

2014년 조계종 포교사 품수

매주 전방부대서 자원봉사

공무원은 은퇴하더라도 ‘공인’

스스로 바르고 세상 밝히려…

고위공직자 잇따른 구설수에 

소신껏 이웃과 함께 ‘귀감’

지난 연말 서울 조계사에서 만난 정재근 전 차관.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전하며 후배 공무원들의 모범이 되겠다”는 소신을 밝혔다.

대통령 탄핵정국이다. 고위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처신도 입길에 올랐다. ‘제 잇속만 챙길 요량에 거짓말과 꼼수를 일삼는다’는 비난이 온라인상에 폭주하는 상황이다. 어느 차관은 감옥에 가고 어느 장관은 검찰에 밥 먹듯 불려가는 시절, 공복(公僕)의 진정한 의미를 묻게 된다. 행정자치부 차관으로 34년 공직을 마감하고 포교사의 길을 걷고 있는 정재근(법명 고담) 불자는 충분히 모범이 될 만하다.

정재근 전 차관은 2014년 조계종 포교사를 품수했다. 1982년 제26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2016년 1월 차관으로 퇴임했다. 현재 포교사단 서울지역단 동북부 군5팀에 소속돼 활동 중이다. 주말이면 전방 25사단 국사봉대대 보리수법당을 찾는다. 푸짐한 먹을거리와 함께 경륜이 묻어나는 인생 상담으로 장병들을 격려한다. 

포교사가 된 이유를 묻자 맹자의 경구인 ‘겸선천하(兼善天下) 독선기신(獨善其身)’을 이야기했다. “공무원은 옛날로 따지면 선비입니다. 선비의 기본 덕목은 수기치인(修己治人)이고 공직에서 물러나더라도 공인(公人)입니다.” “스스로 몸가짐을 깨끗이 하고 세상을 맑히는 최선의 방법”으로 포교사를 택한 셈이다.

현직에 있을 때부터 성실한 불자였다. 일찍이 공무원불자연합회에 적을 두었다. 소청심사위원장을 지낸 김상인 전 공불련 회장과 정연만 전 환경부 차관이 행시 동기다. 성철스님의 <백일법문>을 여러 번 읽으며 교리에 대한 안목을 키웠다. 충남도청에서 근무하던 중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설정스님에게서 선물 받은 <선가귀감>을 지금껏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그렇듯 법정스님이 마음 속 스승이다. “법정스님이 가르친 ‘무소유’는 소유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말라는 충고입니다. 공무원이라면 청렴하지 않은 돈이나 명예가 여기에 해당되겠지요.” ‘먹고 살 만하면 베풀고 살자’는 게 그의 오랜 소신이다. 전관예우라면 치를 떠는 성격이다. 아직도 서울 변두리의 낡은 주공아파트에 산다. 

선친의 피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높은 벼슬은 아니었으나 청백리의 표상이었다. 군 포교에 몸담게 된 사연에도 염결한 성품이 묻어난다. “고등학교 때 ‘1일 입영’이라는 제도가 있었는데 피치 못할 사정으로 빠지게 됐어요. 그게 마음에 계속 걸리더군요.” 장병들에게 설법을 하는 순간은 자신에게도 최고의 순간이다. ‘인생에서 단 한 순간도 버릴 게 없다. 가장 의미 있는 순간은 지금 이 순간이다. 당장은 고달프더라도 2년 동안 고생한 경험이 죽을 때까지 떳떳할 수 있는 자산으로 남을 것’이란 격려로 젊은이들의 가슴을 울린다. 

성공하는 게 정의(正義)인 시대 같다. 정 씨가 포교사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까닭에는 세속에 대한 무언의 경책이 서려 있다.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 언제나 노심초사다. “성철스님은 특별한 법문을 하지 않았어도 오직 산중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세상을 감동시키지 않았습니까?” ‘내 소신껏 내 이웃과 함께 악에 물들지 않고 부처님의 뜻에 따르리라.’ 좌우명이자 가훈이다. 그에게 가난함은 곧 당당함이다. 말투와 행동거지는 부드러웠다. 안온함 속에서도 어떤 강직함이 낭중지추처럼 다가왔다. ‘꼿꼿재근’이랄까. 

[불교신문3265호/2017년1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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