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선재스님 지음 불광출판사

 

사찰음식은 단순한 채식과 다르다. 채식이 요리 재료를 의미한다면, 사찰음식은 몸을 유지하기 위한 ‘약’으로 개념에 접근한다. ‘조계종 제1호 음식명장’ 선재스님이 사찰음식의 정신을 담은 에세이집을 펴냈다. 스님은 “다른 생명에게 해를 주지 않고, 자연에서 거둔 제철음식을 먹으며, 때를 알고, 때에 맞게 먹고, 때를 따르는 자연의 운율에 맞춰 살라”고 말한다.

 

우리는 음식의 홍수에 묻혀 산다. 뷔페에 가면 수십가지 음식이 즐비하게 전시돼 있다. 그런데 음식은 몸에 병을 일으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주먹만한 크기의 위에 부담을 주는 양과 자극적인 재료들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다보면 몸 곳곳이 병들기 마련이다. 선재스님은 “절집 음식은 현대인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며, 삶을 긍정으로 이끄는 철학”이라고 말한다.

먹을 사람을 배려해 요리하듯

만나는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헤아렸는가를 돌아보자…

재료의 성질 알아야

최선의 요리 만들 듯

사람들 대할때도 상대방의

마음을 잘 헤아려야한다

“사찰에서 육식과 오신채를 안하는 이유는 호환과도 상관이 있어요. 불교가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깊은 산에 사찰이 들어섭니다. 그렇다보니 호랑이가 가장 위협적인 존재였어요. 그런데 오신채를 먹으면 몸에서 냄새가 나요. 흔히 한국인에게서 마늘냄새가 난다고 하지요.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절에 가기 전에 일주일간 음식을 가려먹은 거여요.”

선재스님은 수행을 하다가 큰 병을 앓았다. 병을 치유의 방법은 음식이었다. 오신채를 쓰지 않고, 들과 산에서 직접 채취한 음식을 통해 병을 고칠 수 있었다. 이후 스님은 “사찰음식의 철학과 정신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 줘야겠다”고 발심하고 지금까지 4000여 회가 넘는 강연을 했다. 국내 뿐 아니라 프랑스 요리학교인 ‘르 꼬르동 블루’ 등 해외에서의 강연도 자주 다니고 있다.

이 책은 강연을 하면서, 일상에서 음식과 관련해 느낀 소회를 담았다. 또 음식을 대하는 마음과 철학도 담겨 있다.

“자, 휴일이나 퇴근이 좀 이른 날 ‘얼른 라면이나 끓여 먹고 잠을 자야지’ 생각을 한다면, 생각을 바꿔 된장찌개라도 끓여보라. 나를 위한 요리,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 먹으려는 궁리를 해 보라. 요리는 결코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대충 생각없이 먹는 음식들이 우리의 많은 것들, 건강과 삶의 즐거움, 작은 기쁨을 앗아가고 있다.”

선재스님이 한날은 아는 사람에게 식사대접을 받았다. 마음은 거절을 하고 싶어지만 ‘스님이 그러면 안된다’는 생각에 초청에 응했다. 음식을 하는 스님을 공양하려니 얼마나 정성을 쏟았겠는가. 다양한 음식이 나왔는데 스님은 영 속이 불편했다. 재료마다 성질이 다른데, 그런 것을 모르고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안타까웠단다. 하지만 “잘 먹었습니다.” 인사를 남기고 절에 와서 동치미 국물을 몇 숟가락 먹으면서 스님은 생각을 했다.

“음식을 만들 때 먹을 사람을 배려해 만들 듯, 오늘 내가 만난 사람들의 마음을 나는 얼마나 헤아렸는가. 재료의 성질을 알아야 최선의 요리를 만들 수 있듯, 사람들 대할 때도 상대의 마음을 잘 헤아려야겠구나.”

제1장이 음식을 소재로 한 에세이라면, 제 2장에서는 계절별로 꼭 먹어야 할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봄은 씁쓸한 맛으로 신선한 힘을 불어넣어야 한다. 쑥과 고수, 냉이, 머위, 원추리를 이용한 식단은 겨우내 쌓인 몸의 탁한 기운을 몰아내는데 필요한 음식이다.

여름이면 상추와 감자, 콩, 애호박과 보리를, 가을에는 우엉과 늙은호박, 은행, 연, 배추, 산초와 제피를, 겨울에는 표고버섯과 두부, 무, 미역과 팥, 콩나물을 반드시 먹으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이용한 음식을 몇가지 소개하고 있다.

선재스님은 1980년 화성 신흥사에서 성일스님을 은사로 출가, 봉녕사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중앙승가대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1994년 당시 논문이 <사찰음식문화연구>. 이후 스님은 전국비구니회관과 기업, 학교, 종교기관 등서 강의를 이어오고 있으며, 초등학교에 장독대 만들어주기 운동, 학교급식에 전통 장 쓰기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또 어린이를 위한 뮤지컬 ‘그거 알아요? 음식은 생명!’을 제작하는 등 사찰음식 대중화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불교신문3264호/2017년1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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