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잡을 수 없는 미로 같은 길이 이어지다 멈추기를 반복한다. 낮은 지붕의 처마는 뾰쪽이 튀어나기도, 제 멋대로 뚝뚝 끊기기도 한다. 뭐하나 제대로 되어 보이지 않은 이곳은 서울 강남의 판자촌 구룡마을이다.

우편물도 각 가정으로 배송되지 못하고 몇몇 거점지점 까지만 배송된다. 하지만 무질서해 보이는 이곳에도 나름의 질서와 원칙이 존재했다. “날짜별로 정리해 놓은 것이라 섞이면 다음 사람이 불편을 겪습니다.” 개인편지에서 통신비 청구서까지 누군가의 꼼꼼한 손길이 닿아 있었다.

모든 것이 뒤죽박죽 일거라 생각하며 찾았던 구룡마을. 스스로 편견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불교신문3264호/2017년1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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