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본마음이 태양보다 밝습니다”

참다운 행복 안락 누리려면 

간절히 의심하고 또 의심하여 

진정한 ‘참나’ 깨달아야 해…

금빛 닭이 큰 울음소리로 정유년(丁酉年)의 새벽을 여니 동녘 하늘에 황금 해가 떠올라 새해가 밝아 옵니다. 새해에는 찬란한 광명이 어둠을 삼켜버리듯 사바세계에 가득한 아집과 독선, 갈등과 투쟁의 어둠이 사라지고 정의와 평등, 자유와 평화가 충만하여 모든 인류가 행복하게 살기를 기원합니다.

과학의 발전과 물질의 풍요는 역설적으로 극심한 경쟁과 급변하는 환경을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극심한 경쟁과 환경의 공해는 이기적 탐욕과 물질추구의 전도된 가치관으로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고 앞으로만 치달려온 결과입니다.

새해에는 마음의 눈을 뜨고 인간본성을 회복합시다. 마음의 눈을 뜨고 실상을 바로 보면 사람 사람마다 진리의 주인공입니다. 우리의 본마음은 허공보다 넓고 바다보다 깊고 태양보다 밝습니다. 이 마음을 닦아 본마음을 깨달으면 큰 지혜와 큰 자비가 구족하고 자유와 평화가 충만한 행복이 그 속에 있습니다. 나고 날 적마다 참다운 행복과 안락을 누리고자 한다면, 우리 모두 일상생활 속에서, ‘부모에게 나기 전에 어떤 것이 참나 인가?’하고 오매불망 간절히 의심하고 또 의심하여 진정한 참나를 깨달아야 합니다.

중국의 송나라시대에 소동파는 당나라·송나라 8대 문장가에 속한 대학자였는데, 어느 날 세상의 문장과 재주, 식견이 별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이후로는 참선수행에 몰두했습니다. 하루는 노산 흥룡사에 상총(常聰)선사라는 안목이 고준한 선지식이 계신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선사께 예를 올리고 말하였습니다.

“선사님의 법문을 들으러 왔습니다.”

이에 상총선사께서 물으셨습니다.

“그대는 어째서 유정설법(有情說法)만 들으려 하고 무정설법(無情說法)은 들으려 하지 않는고?” 소동파는 선사의 물음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생각과 정이 있는 유정물 뿐만 아니라, 산이나 바위나 나무 같은 무정물도 설법을 한다?’는 충격적인 말씀에 의심이 깊게 사무치게 되었는데, 친견하고 일어나 말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온 몸과 온 마음이 이 의심으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말 등에 앉아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에 소동파는 한 생각에 깊이 빠져서 문득 의심삼매(疑心三昧)에 든 것입니다.

정유년 신년법어<1면에 이어>

‘어떻게 무정물이 진리를 설할 수 있는가? 왜 나는 그것을 듣지 못하는가?’ 그렇게 수십 리 먼 길을 말을 타고 돌아가다가 산모퉁이를 도는 순간, 산골짜기에서 짚동 같은 폭포수가 떨어지는 소리에 크게 깨달아 마음의 고향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게송을 지었습니다.

溪聲自是廣長舌  山色豈非淸淨身

夜來八萬四千偈  他日如何擧似人

산골짜기에 흐르는 물소리가 팔만사천 지혜의 말씀인데/ 산색이 어찌 부처님의 청정한 몸이 아니겠는가!// 밤이 옴에 팔만사천 법문을/ 다른 날에 어떻게 사람에게 들어서 보일꼬.

이후로 소동파는 남은 생을 마음의 고향에서 지혜와 자비로 안락한 삶을 누리며 살았습니다. 천지가 나와 더불어 한 근원이요, 만물이 나와 더불어 한 몸입니다.

우리는 한 형제요, 한 가족이요, 한 민족입니다. 산하대지(山河大地)와 산천초목(山川草木)이 제각각 진리를 표현하고 그 존재가치가 있습니다. 우리는 자연의 조화 속에 주위사람과 더불어 살아가야 합니다. 상호관계 속에 서로를 인정하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야 합니다. 이러한 상생과 공존 속에 원숙한 사회가 이루어지고 진정한 행복이 성취되는 것입니다. 평화와 자유는 반목과 대립으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상호존중과 자비연민이 실현되어야할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내 허물을 성찰하고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염원하며 국민을 하늘같이 섬길 때 국민이 주인 되는 진정한 민주국가가 건설되는 것입니다.

새해에는 자기를 성찰하고 타인에게는 자비연민을 베풀어 원융화합의 사회를 만들어 갑시다.

붉은 해가 떠오르니 온 세상이 찬란한 화장세계(華藏世界)요, 나날이 설날이며 시시(時時)가 태평성세(太平盛世)로다

“부모에게 나기 전에 어떤 것이 참나인가?”

[불교신문3262호/2017년1월1일자] 
 

진제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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