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산사에서 마음에 쉼표 찍다

지난 12월11일 양평 용문사 템플스테이를 찾은 사람들이 요가를 하며 ‘내 몸을 명상’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쉬고 싶다’ 한다

숨 가쁜 도시 생활서 벗어나

천천히 하루를 보내다보면

감정 해소가 일어나고 

자신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사라져 버린다

마음 속 먼지들을

떨어낸다…

2016년 11월. 도서량 판매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드라마보다 더 눈길이 가는 최순실 게이트 영향이었다. 사람들은 분노했고, 광장으로 모였다. 그에 앞서 5월 서울 강남역 인근서 발생한 ‘묻지마 살인’은 전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다. 다사다난했던 병신년, 특히 사람들의 마음은 공허했다. 날로 어려워지는 경제상황과 빈부격차의 증가도 국민들의 어깨를 짓눌렀다. 

그런 사람들이 마음의 위안을 찾아 머문 곳이 사찰이다. 특히 연말을 맞아 전국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의 정리하려는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 12월11일 경기도 양평 용문사를 찾았다. 1박2일 과정으로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30여 명의 사람들이 ‘마음의 치유’를 하고 있는 현장이다.

용문사의 특화 프로그램인 ‘천년 은행나무에 소원지 달기’를 하고 있는 참가자들.

용문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미국인 린다 씨는 지금은 없어진 용인 화운사 국제불교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일했었다. 친구 리야 씨와 함께 템플스테이를 찾았는데 이번이 두 번째란다. 하지만 린다 씨는 “직장으로서 다녔던 화운사와 템플스테이 참가는 느낌과 얻는 것이 다르다”고 말한다.

“국제불교학교에서는 교사라는 입장이었지만, 템플스테이 옷을 입고 천천히 시간을 보내다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스트레스가 사라집니다. 무엇보다 소음이 없다는 점이 가장 장점이랄까? 마음이 편안하고 좋아 시간이 될 때 또 참여할 생각입니다.”

린다 씨는 은행나무 소원지에 ‘내년도 올해처럼 좋은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는 소망을 적었다. 은행나무 소원지는 은행나무 형태의 메모지에 서원을 적고, 용문사를 대표하는 천년 은행나무 주변에 달수 있게 돼 있다.

함께 참가한 리야 씨는 “템플스테이에 참가하면서, 다양한 문화와 생활방식에 호기심이 생겼다. 기회를 만들어 세계 여러나라를 여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용문사 템플스테이의 특징은 ‘생생건강, 나를 챙기다’라는 슬로건에서 잘 나타난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크게 네 영역으로 나눠 개발해 보급했는데, 동해 삼화사, 산청 대원사, 영암 도갑사와 양평 용문사에서 생생건강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스님과의 대화, 요가명상 등을 통해 나의 마음의 건강을 챙기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첫날 간단한 사찰 예절을 교육받고, 차 명상을 하며 스님과 대화를 통해 ‘나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시간을 제공한다.

또 요가를 하면서 내가 모르고 사용하지 않는 내 몸의 근육을 관찰하고, 산행을 하면서 명상을 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그 외 단주 만들기와 연잎밥 만들기 체험 등으로 짜여 있다.

용문사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상범스님은 “용문사를 찾는 많은 사람들이 쉬고 싶다고 말한다. 프로그램이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이지만, 사회의 빠른 움직임과 전혀 다르게 천천히 모든 프로그램을 하도록 한다. 그 안에서 감정의 해소가 일어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인이 갖는 많은 스트레스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온다. 하지만 인간관계는 행복을 가져오는 방법이기도 하며,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도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템플스테이 둘째날 새벽 4시 새벽예불과 아침 공양을 마친 참가자들이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강당으로 모였다. 여름이면 숲길 걷기명상을 주로 하지만, 겨울이면 실내 요가명상 프로그램을 주로 한다고 한다.

‘생생 건강, 나를 챙기다’를 주제로 열리는 용문사 템플스테이는 나만의 염주만들기(사진 ①),


“우리 몸에 참으로 많은 근육이 있어요. 요가는 그 가운데서 특히 평상시에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사용하도록 해요. 한번 동작을 따라하면서 느껴보세요.” 상범스님의 설명에 따라 참가자들은 동작을 따라하며 신음소리도, 때론 웃음을 짓기도 했다.요가를 시작한지 불과 10분. 간단해 보이는 동작이지만, ‘아이구’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더니 저마다 두터운 외투를 벗었다. 이마에 땀이 맺힌 사람도 있다.

한 시간에 걸친 요가 명상이 끝나고 참가자들은 108염주알과 은행나무 소원지를 각각 집어 들었다. 한알 한알 구슬을 꿰 염주를 만들어가면서 “어지러웠던 마음도” “지난 일주일간 회사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도” 사라져 갔다.

부인과 유치원 자녀와 함께 참석한 정재훈(39)씨는 “평상시 주말이면 집에서 쉬거나, TV를 본다. 맞벌이를 하다보니 주말이면 둘 다 지쳐 있다”며 “템플스테이를 신청하고 막상 주말이 다가오니 아이가 감기가 걸리지 않을까 등등 많은 고민을 했는데, 와서 보니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 씨는 사회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점에 대해 “딱히 무슨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회사생활 자체가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렇다보니 몸과 마음은 지치지만, 해소할 방법을 찾기 어렵다”는 것을 꼽는다. 여유있는 삶을 추구하고 싶지만 정작 아이 학교 문제, 이사문제 등 고민해야 할 일이 적지 않다. 파도처럼 계속 밀려오는 고민으로 인해 삶에 여유를 갖는 것이 쉽지 않다.

만다라 채색하기(사진 ② ③) 등을 통해 마음의 스트레스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프로그램들로 짜여져 있다.

“텔레비전도 없고, 특별히 시계를 볼 일도 없는 것이 좋다. 템플스테이가 사회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자연스럽게 잊어버리게 한다”는 정재훈 씨 부부다. 특히 내년이면 학교에 입학하는 예원이가 가장 신이 났다. 가장 먼저 프로그램에 참가해 다른 사람 방석도 깔아 놓았다. 예원이는 “마음대로 뛰어다닐 수 있어 좋다”고 참가소감을 밝혔다.

어느새 염주만들기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각자의 새해 소원을 적은 종이를 들고 은행나무로 갔다. 거대한 은행나무는 이미 노란 잎을 모두 벗고, 겨울나기를 하고 있었다. 나무 주변에 친, 두 줄 가득 메운 소원지를 보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용문사 템플스테이를 거쳐 갔는지 짐작이 간다.

어느 새, 해가 용문사에 가득 들어찼다. 참가자들은 저마다 숙소로 돌아가 침구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불 먼지를 털어내고 차곡차곡 개어 쌓으면서, 마음의 먼지와 스트레스도 함께 털어내고 있었다.

[불교신문3262호/2017년1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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