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는 2016년 현대인들의 마음치유에 대한 사회적 요구, 명상에 대한 관심 증가 등과 같은 흐름에 적극 대응하며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진은 한국명상지도자협회가 개최한 명상아카데미 대강좌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분노와 우울은 2016년 한 해 현대인들의 정신을 지배한 키워드들이다. 끊임없는 경쟁에 시달리며 복잡다단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분노와 우울, 스트레스 등으로 정신건강을 위협받고 있다. 분노 과잉의 시대라는 말이 일상적인 용어가 될 만큼 일상생활 모든 곳에 분노가 만연해 있다. 층간소음, 보복운전, 묻지마 범죄 등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도 심각해지고 있다. 끊임없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과 우울 등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같은 영향으로 2016년은 명상과 마음치유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활발한 한해였다. 경쟁에 지친 현대인들을 위해 국내 대기업들도 명상의 효과에 주목하고 명상을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불교계 역시 이 같은 사회적 흐름에 발맞춰 다양한 명상과 상담 프로그램으로 현대인들의 지친 마음과 정신을 위로했다. 특히 명상아카데미 대강좌, 마음치유 명상, 자비명상 등 명상 보급을 위한 프로그램과 강좌, 세미나들도 잇따라 열려 눈길을 끌었다.

불교명상의 정체성 확립과 명상을 활용한 포교활성화 등을 모색해 온 한국명상지도자협회(이사장 혜거스님)는 스트레스와 우울, 불안 등에서 벗어나 마음의 안정을 돕기 위해 봄과 가을 연 2회 ‘명상아카데미 대강좌’를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월호스님, 미산스님, 각산스님, 원경스님, 마가스님, 명법스님 등 평소 명상을 통해 불자 및 일반인들과 호흡해 온 스님들과 김재성 능인대학원대학교 교수, 김열권 위빠사나붓다선원장, 박희승 한국문화연수원 참선 교수, 오원칠 명상수행학교 행복수업 대표 등 명상 전문가들이 대거 강사진으로 나서 다양한 명상 기법과 프로그램을 소개함으로써 불자들과 일반인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상담과 명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담당할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들도 호응 속에 진행됐다. 스님들의 눈높이가 아닌 불자들과 신도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들의 고민과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들은 많은 스님들의 참여 속에 진행됐다. 사단법인 자비명상은 불자들과 일반인을 위해 상담과 명상을 지도할 ‘자비명상 지도자 교육과정’을 마련했으며,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역시 가족상담 지도자 교육을 마련했다. 고민을 갖고 스님을 찾아오는 사찰 신도들에게 불교사상에 입각한 전문적 상담을 할 수 있는 스님 양성을 위해 ‘가족상담 교육’을 실시했다. 특히 전문가 양성을 위해 이론 위주의 강의가 아닌 상담실습 위주로 진행돼 교육의 효과를 높였다.

힐링멘토로 유명한 혜민스님이 운영하는 마음치유학교 역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지친 현대인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특히 봉은사와 함께 진행한 마인드힐링 템플스테이는 불교계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템플스테이와 자애 명상, 있는 그대로 보기 등 심리치유프로그램 접목해 스트레스 해소와 마음치유에 효과적인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백담사와 마음치유학교가 함께하는 스님을 위한 힐링스테이’를 통해 현대인들뿐만 아니라 스님들을 위한 마음치유의 장을 마련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마음치유학교는 △화병을 풀어내는 춤 치유 △자존감과 신뢰감 회복을 위한 그룹상담 △자기성찰을 위한 치유글쓰기 △그림 그리면서 삶의 충만감을 느껴봐요 등 현대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불교상담개발원(원장 무각스님)은 자살과 인터넷, 스마트폰 중독 등 사회적 이슈들을 주제로 한 논의의 장을 마련해 불교계 내 여론 형성에 중점을 뒀다. 특히 서울시자살예방센터와 함께 ‘살(자)사(랑하자)프로젝트’를 진행해 자살예방에 앞장섰다. 자살시도자 및 자살유족, 자살 고위험군, 자살예방 관련 실무자 등을 대상으로 템플스테이를 실시해 상처받은 이들을 치유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웃종교계와 함께 자살한 이들을 기리기 위한 ‘스스로 떠난 이를 위한 위로법회’도 봉행했으며, 또 ‘자살, 불교상담적으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해 자살예방을 위한 불교계 대응방안과 불교적 해법을 제시하는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처럼 2016년 한해 불교계는 현대인들의 지친 몸과 마음, 정신을 위로하기 위해 다양한 고민을 바탕으로 명상과 교육, 치유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하지만 앞으로 불교 상담과 명상이 한층 발전하기 위해서는 명상붐을 바탕으로 한 일회성 프로그램이 아닌 불교적 정체성에 바탕을 둔 중·장기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이에 대해 박희승 한국문화연수원 교수는 “명상에 대해 관심있는 스님들을 중심으로 명상 대중화를 위한 움직임은 활발하지만 종단적인 차원에서 명상 등 수행문제에 대해 전담하는 기구가 없다”며 “사회적으로 명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명상은 젊은 계층을 커버할 수 있는 방안이다. 중·장기적인 명상 포교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불교신문3260호/2016년12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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