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와 마음

명법스님 지음 / 불광출판사

물고기가 물을 볼 수 없듯

우리는 삶이 이야기임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

자기 이야기를 풀어가는 순간

우리는 자기의 삶이 곧 

이야기라는 것을 직감하고

자기를 드러냄으로써 

진정한 나를 찾게 된다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일은 곧 자신의 실체를 알아가는 일이다. 사진은 대화와 상담에 대해 대중에게 설명하고 있는 명법스님. 불교신문 자료사진

인간은 투명하게 이해되지 않는다. 명상을 하거나 집중상태에 있을 때처럼, 의식의 내용을 직접적이고 명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특히 심리적인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심리치료 분야에서는 그러면 어떻게 마음을 이끌어내서 이해하는가. 바로 ‘은유’에 의한 방법이다. 그림이나 도식, 스토리텔링 등의 방식을 통해 상담자가 은연중 자신의 마음 상태를 드러내도록 하는 방법이다.

최근 미르문화원을 열고, 마음연구소를 운영하며 불교심리상담을 개척하고 있는 명법스님이 은유의 기법을 통해 심리상담을 하는 방안을 연구,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서구의 여러 철학자, 심리학자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불교의 가르침을 엮은 노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부분으로 쪼개진 마음을 불교에서는 번뇌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우리의 많은 생각들은 번뇌다. 생각과 일치하는 한가지 관점에서만 삶을 경험하도록 우리 마음을 쪼개기 때문이다. 생각에 사로잡혀 살다 보면 1평짜리 독방에 갇힌 듯 세상과 단절된다. 실제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감각하지 못해 삶의 풍요로움이 사라진다. 그렇게 삶은 회색빛으로 물들고, 우리에게 생기가 메말라 간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세상을 경계하느라 잔뜩 움츠리고 시야가 좁아지는 현상을 접한다. 때론 자신감과 긍정성이 과도한 사람도 있다. 스님은 이들이 모두 자신의 생각이라는 감옥에 갇힌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들이 은유를 통해 자기를 말과 글로 표현하게 되면 조금씩 생각의 감옥에서 빠져 나온다”고 스님은 설명한다.

워커홀릭도 그 중 한명이었다. 탈진돼 일을 할 수 없는 현재의 상태를 벗어나고 싶은데 벗어날 수 없다며 절망했다. 워커홀릭이 어느날 명법스님을 찾아와 그런 자신의 상태를 호소했다. “시계는 멈춰 있어도 하루에 두 번은 정확히 시간을 맞춥니다.” 이 말에 워커홀릭은 생각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이를 시작으로 사고의 전환을 시작한 그는 7개월 수업 후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고 한다.

“은유란 삶이라는 이야기를 다시 쓸 수 있게 해주는 유용한 수단입니다. 물고기가 물을 볼수 없듯, 우리는 삶이 이야기임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가지요. 은유를 통해 자기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순간, 우리는 자기의 삶이 곧 이야기라는 것을 직감하고, 자기를 들어냄으로써 진정한 나를 찾아가게 됩니다.”

은유에 의한 심리치료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규명작업이다. 즉, 과거 세 살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람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명법스님은 “과거의 내가 경험하고 행동한 결과로 현재의 내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고 말한다. 현재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에 의해 과거의 내가 구성된다는 역설이다. 

“과거는 이미 지나간 시간이기에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나의 기억에 따라 얼마든지 재구성이 가능한 가변적인 것이 과거다.” 마치 영화에서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 어떤 현상 하나를 바꿔내는 것처럼, 내 기억의 부분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나는 삶의 주인공이 되거나 조연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책은 크게 네 단락으로 구성됐다. 첫째로 세상은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는 주장이다. 두 번째로 그런 까닭에 삶은 다시 쓸 수 있다는 것이며, 셋째장은 ‘마음을 여는 열쇠, 은유’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은유란 무엇이며, 은유에 의해 어떻게 마음의 표출될 수 있는지 말한다. 그리고 은유를 이용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마음의 변화를 가져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마음의 문제에 대한 최고의 전문가는 상담자가 아니라 내담자, 자신이다. 내담자는 자신의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땅에 넘어진 사람은 땅을 짚고 일어나야 하듯, 문제가 있는 곳에 해결책이 있다.”

명법스님은 ‘나’를 알고 내 이야기를 말하는 행위를 통해 사람은 스스로 성장하고 커 나가는 존재라고 말한다. 그 나라는 존재가 곧 자아, 즉 자신의 본성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말한다.

명법스님은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미학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해인총림 해인사 국일암으로 출가한 스님은 여러 교양강좌, 교육기관에서 미학과 명상, 불교를 강의하고 있으며, 은유와마음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선종과 송대 사대부의 예술정신> <미술관에 간 붓다> 등이 있으며 제3차 한국불교학결집대회 학술상, 원효학술상, 불교출판문화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불교신문3259호/2016년12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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