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비망록서 확인…김기춘 전 실장, ‘조사 후 조치’ 지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 메모에서 발견된 문구. ‘長(장)’이라는 문구와 ‘조계사-황선 장소제공-경위조사 후 조치(자승)’이라는 문구가 써 있다.

청와대와 국정원이 광범위한 민간인 사찰과 공작을 벌였다는 자료가 공개된 가운데 불교계를 비롯한 종교계에 대한 불법사찰이 이뤄졌다는 증거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이 12월8일 공개한 고 김영한 민정수석비서관 비망록에서 불교계와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지칭하는 표현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2014년 11월25일 작성된 내용 중에는 ‘조계사-황선 장소제공-경위조사 후 조치(자승)’이라는 기록이 발견됐다. 이 문구는 ‘長(장)’이라고 적혀 있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지시로 추정된다.

앞서 11월19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린 재미동포 신은미 씨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의 통일콘서트와 관련한 기록이다. 신은미 씨는 방북 경험을 여행기로 엮어 발간했고, 황선 씨는 2005년 방북 중 출산해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다.

11월22일 메모에는 ‘황선&신은미 토크콘서트 장소제공 관련 조치 要(요)’라는 문구도 있다. 이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청와대가 신은미-황선 통일콘서트 장소를 제공한 조계종 총무원에 대한 사찰과 내사를 진행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계사-황선 장소제공-조사 후 조치(자승)’
국정원 결탁 의혹 받은 불교닷컴 첫 보도

김영한 전 수석의 비망록에서 불교와 관련된 또다른 문구도 10여 곳 이상 발견됐다. 2014년 9월12일자 메모는 '총무원장 직선-승랍20y vs 승랍10y. 대립'으로 표기했다. 총무원장선출제도에 대한 종단 내 논의에 대한 정보보고로 분석된다. 10월17일자 메모에서도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선거 결과 65 vs 15'라는 글이 적혔다. 10월16일 처리진 제16대 조계종 중앙종회의원선거 판세에 대한 정보 보고로 추측된다. 지난해 5월16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계무차선대회에 대한 정보 보고 메모도 있었다.

지난 2012년에도 국정원의 불교계 불법사찰과 공작 의혹이 불거져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당시 조계종 중앙종무기관 주요 소임자와 주요 사찰 주지에 대한 조사 등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또다시 청와대가 불교계를 비롯한 종교계에 대한 사찰을 벌였다는 구체적인 자료가 공개됨으로써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 맞물려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 공동대표 일문스님은 “국가권력이 종교계에까지 사찰을 감행한 것이라면 정교분리를 위반한 심대한 사건일 수 있다”며 “사실로 밝혀질 경우 불교계가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은 국정원과 결탁했다는 의혹을 받아 조계종 중앙종회로부터 해종언론으로 규정된 '불교닷컴'에서 보도하면서 불교계에 처음 알려졌다. 중앙종회는 불교닷컴에 대해 국정원과의 결탁 의혹으로 매종행위, 특정세력에 대한 보도는 하지 않고 종단 집행부에 대한 공격성 보도를 일삼는 비호행위, 고의적 탈세를 주도한 사욕 언론 등을 근거로 해종언론으로 규정한 바 있다. 불교닷컴은 국정원과의 결탁 의혹을 받은데 이어 범죄행위로 얻은 백양사관광호텔 도박사건에 대한 비윤리적 보도, 탈세 행위로 인한 세금추징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바 있다.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