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나라 브라질에 신데렐라로 불리는 팀이 있다. 인구 21만 명의 소도시 사페코엔시팀은 스타선수 한명 없이 중남미 축구클럽 결승전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들은 꿈에 그리던 결승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결승전을 치르러 콜롬비아로 가다가 비행기 추락사고를 당한 것이다. 그러자 결승 상대였던 콜롬비아 아틀레티코 나시오날 팀은 사페코엔시에게 우승컵을 넘겨주기 위해 기권을 선언했다. 브라질 리그의 다른 팀들은 샤페코엔시에 무료로 선수를 임대해주고 향후 3년간 강등 규정에서 제외해줄 것을 제안했다. 사람들은 슬픔을 나누려는 축구인들의 속 깊은 위로에 감동했다.

<현우경> 니제도연품에 이런 얘기가 있다. 부처님 당시 사밧티에 니제(尼堤)라는 똥꾼이 있었다. 똥지게를 지고 가던 그는 골목길에서 부처님을 만나자 얼른 비키려하다가 실수로 똥통을 쏟고 말았다. 불가촉천민인 그가 귀족출신인 부처님에게 똥물을 뒤집어씌웠으니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그때 부처님은 두려움에 떠는 똥꾼의 손을 잡고 함께 갠지스 강에 들어가 목욕을 했다. 감동한 그는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두 이야기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어려움에 처한 상대를 위한 배려와 위로다. 사고를 당한 팀에게 경의를 표하고 우승컵을 넘겨주기 위해 기권한 콜롬비아팀이나, 똥통을 쏟고 우는 똥꾼에게 오히려 위로의 말을 건네는 부처님의 태도에는 인간만이 보여줄 수 있는 숭고함이 느껴진다.

내가 손해보더라도 남을 기쁘게 해주려는 위로의 말과 행동을 하면 이렇듯 모든 사람이 감동한다.

요즘 우리 정치에는 이런 배려와 감동이 없다. 대통령쯤 되는 사람이 국민을 감동시키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를 모른다. 비선실세들이 나라를 농단하도록 해놓고도 끝까지 변명만 한다. 분노와 허탈에 빠진 국민을 위로하기는커녕 책임을 모면할 꼼수만 생각한다. 그런 대통령에게 감동같은 건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상식이나 지켜주기를 바랄 뿐이다.

[불교신문3256호/2016년12월10일자]

홍사성 논설위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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