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드라마 조각 같은 미남미녀

한복입고 궁궐 걷는 거대한 물결

사찰체험 통한 한국불교문화 전파

전 세계에 뿌리는 한류씨앗 실감

최근에 재미있게 본 드라마 한 편이 있었다. 평소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 편인데 우연히 보게 된 ‘구르미 그린 달빛’이라는 작품에 깊이 빠져들고 말았다. 몇 해 전 큰 인기몰이를 했던 ‘대장금’ 이후 또 한 번 아시아를 강타하는 영향력을 발휘하겠구나 싶었다.(물론 저는 드라마에 대해 문외한이다)

몇 년 전 홍콩을 방문했을 때 식당마다(한식당이 아님에도) 드라마 대장금 주인공의 사진이 대문짝만 하게 붙어 있었고, 한국 식당은 이미 일주일 전에 예약이 마감됐다고 했다. 특히나 흥미로웠던 것은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방문했을 때 우연히 헝가리 공영방송에서 대장금이 방영되는 것이었다. 드라마의 주인공이 한복을 입고 궁궐에서 궁중음식을 만들면서 헝가리 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게다가 어찌나 더빙을 잘했던지 실제로 주인공 장금이가 헝가리 말을 하는 것처럼 들렸다.

한류의 열풍을 말로만 듣다가 실제로 유럽에서 경험을 하고 나니 괜히 외국인들 앞에 어깨가 으쓱해지면서 무척 자랑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올해 초 독일을 방문했을 때도 지나가던 외국인들이 나의 승복를 보면서 ‘오! 정말 아름다운 드레스군요’ 라며 감탄하곤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한국인임이 참 감사하고 흐뭇했는지 모른다.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소임을 살고 있는 서울 국제선센터에서도 정말 다양한 나라 사람들을 만난다. 물론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계통의 외국인도 템플스테이에 참석하지만 유럽이나 미국, 캐나다 등의 국적을 가진 서양인들의 숫자가 훨씬 많다. 서양에서 온 외국인들은 비록 1박2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불교에 대한 무한 관심과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체험을 소중하게 여기며 감탄하고 떠난다. 

국제선센터는 도시 한가운데 자리한 현대식 사찰이기에 전통 사찰이 가진 아름다운 자연경관이나 문화재를 볼 수 없어 아쉽지만 예불과 명상, 스님과의 차담 그리고 전통 문양 단청 그리기와 같은 한국의 불교수행문화를 경험한 그들의 얼굴이 환희로 빛날 때 템플스테이의 가치가 새삼 소중하게 다가온다.

대중문화, 그중에서도 사극 드라마 속의 조각 같은 미남 미녀들이 한복을 입고 궁궐을 걷는 장면을 통해 거대한 한류의 물결이 일어난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템플스테이 역시 한국의 불교문화의 가치를 전 세계에 뿌리는 씨앗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늘 실감한다. 한류가 세계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키고 문화를 선도하고 있음에 주목한다면 수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고 역사와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불교 역시 전 세계인의 정신문화를 선도할 수 있는 충분한 자원과 가치가 있음을 자부한다. 오늘은 또 어떤 외국인 친구가 템플스테이를 경험하고 우리나라의 정신적, 문화적 유산을 세계 각국에 실어 나르게 될지 기대해 본다.

[불교신문3256호/2016년12월10일자]

보관스님 서울 국제선센터 국제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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