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불스님의 禪 이야기]<42> 첸나이의 수행하는 가족
[수불스님의 禪 이야기]<42> 첸나이의 수행하는 가족
  • 수불스님 / 안국선원 선원장
  • 승인 2016.12.0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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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대사 고향에서 한국禪불교 희망을 보다

인도 비엔날레 전야 한국문화원서 

지식인들의 禪ㆍ명상에 대한 관심

인도재계 3위 회장 자택 법문에서

한류정점에 설 선불교를 확인하다

지난 11월 30일 인도산업연맹 회장이자 인도 재계 3위의 실업가인 TVS모터스그룹 베누 스리니바산 회장이 부인 및 딸과 함께 전용기를 타고 부산에 왔다. 다음날 막을 연 부산아트페어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소납은 스리니바산 회장을 안국선원에 초대하여 많은 이들을 도와주라는 의미에서 ‘도연(度然)’이라는 법명을 지어드렸다. 

스리니바산 회장은 미술을 좋아하여 매년 열리는 부산국제아트페어에 참석하고 있다. 2014년 12월에도 부산을 방문하여 금정총림 범어사에 올라왔는데, 채식주의자로서 불교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회장은 겨울 범어사에서 수행도량의 청정한 기운을 느끼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평화를 맛보았다고 했다. 

부산명예시민증을 수여받은 스리니바산 회장은 몇 년 전 인도 첸나이시(市)의 한국 명예영사가 되어달라는 청을 받고 수락하면서, 인도와 우리나라 간에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현지에 한국문화원 인코센터(인도-코리아센터)를 설립하였다. 김해 김씨의 조상인 허황후의 각별한 인연을 통해, 고대 아유타 왕국이 있었던 남인도 첸나이와 김해, 부산 사이의 교류를 희망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년 7월에 첸나이에서 개관하는 인도-한국 현대미술 비엔날레 행사에 부산지역 문화계를 대표하여 범어사 주지였던 소납을 초대하였다. 비엔날레 개막식 전야에 인도-한국 문화원에서 인도 지식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선불교 전통에 대해 강연을 하였다. 첸나이는 선종의 창시자인 달마대사의 고향이기도 한데, 달마대사의 가르침을 잘 보존해온 한국불교의 선찰대본산인 금정총림 범어사의 주지로서 달마대사의 후손들에게 인류문화유산의 정수인 선불교에 대해 특강을 하게 되어 인상이 깊었다.

세계의 지식인들은 현재 선(禪)과 명상문화에 관심이 많은데, 청중들의 매우 진지한 태도에서 그곳에서도 마음공부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 세계정신계에는 알게 모르게 고급의 정신문화가 문명을 리드하고 있는데, 인도에서도 앞선 생각을 가지고 기업과 문화를 연결시키고 있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에서 감동을 받았다. 소납은 이런 한국과 인도 사이의 정신문화교류를 통해 인류와 세계에 공헌하는 인연이 앞으로도 이어지기를 기원하며 강연을 마쳤다.

다음날 스리니바산 회장의 모친께서 소납을 자택으로 초대해주었다. 80세가 넘고 인도 전통의상인 사리가 잘 어울리는, 참으로 맑고 깨끗하게 늙으신 분이었다. 어제 강연을 감명 깊게 들었다고 하면서, 한국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을 보고 한국의 선불교 문화를 동경해왔다고 하였다. 집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힌두교 사제인 사두가 대기하고 있다가 코코넛, 밀, 망고잎 등으로 장식되어 행복과 풍요를 상징하는 은 화병을 증정하는 힌두의식을 치르면서 환영해주었고, 집에는 브라만 계급의 가족 4대가 모여서 소납을 반겨주었다. 

응접실에서 온가족이 한 명 한 명 나마스테 오체투지로 삼배를 하며 법을 청하였다. 온 가족이 평소에 얼마나 진지하게 수행에 임하고 있고, 구루의 영적 에너지를 알아보고 공경하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나중에 밖으로 나가 정원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때, 하인들까지 다 나와 잔디밭 위에서 한 명 한 명 오체투지를 하는 모습이 자금도 선하다. 위에서 아래까지 모든 사람들이 진리의 가치를 존중하고, 선지식으로부터 축복 받는 인연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를 피부로 느꼈다. 이것이 인도의 정신적 힘이리라.

노부인은 열반에 대해 질문하였고, 나는 “열반은 노력해서 이루는 것이 아니라, 중생의 성품 자체입니다. 따라서 고통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떠나 따로 진리가 없다는 사실을 꿰뚫어 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선불교에서는 ‘번뇌즉보리’라고 말했으며, 우리의 본래 그러한 성품을 깨닫자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온가족과의 질의응답은 한 시간 반 동안 이어졌다.
첸나이 시는 인구가 500만 명으로 숲이 우거지고 높은 빌딩이 없어 평화로워 보였다. 그러면서도 거리마다 오토바이가 넘쳐서 밝고 활기찬 가운데 무질서 속의 질서를 느꼈다. 고대전통과 현대문명의 만남으로 인도가 깊은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언젠가 선불교가 한류의 정점에 서게 될 가능성을 첸나이에서 보았다. 

[불교신문3256호/2016년12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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