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아닌 시작…중생구제 자비심의 극치

연말이 다가오면서 사찰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 운동이 한창이다. 서울 봉은사, 길상사를 비롯해 전국 크고 작은 사찰마다 김치, 쌀, 연탄, 이불 등을 모아 이웃에게 전한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린다. 각박한 세상살이지만 내가 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남과 나누려는 불자들의 이타심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겠다.

불교에서는 이처럼 남을 위한 이타행(利他行)을 가리켜 ‘회향한다’고 한다. 흔히 입재식과 회향식, 기도회향, 불사회향 등 불교 관련 행사에서는 주로 ‘끝’을 의미하는 말로 많이 쓴다. 그러나 ‘돌려서 향하게 한다’는 뜻의 회향은 끝이 아닌 시작을 의미한다.

본래 회향은 ‘자기가 닦은 선근공덕(善根功德)을 다른 사람이나 자기의 불과(佛果, 수행의 결과)로 돌려 함께 하는 일’을 말한다. 자신이 얻은 정당한 대가나 결실을 그 대상인 깨달음과 중생을 향해 돌리라는 것이다.

불자들은 회향식에서 ‘원이차공덕 보급어일체(願以此功德 普及於一切), 아등여중생 당생극락국(我等與衆生 當生極樂國), 동견무량수 개공성불도(同見無量壽 皆共成佛道)’라는 회향게를 주로 왼다. ‘원컨대 이 공덕이 널리 일체에 미쳐 나와 중생들 모두가 다음 생에 극락국에 태어나 다함께 무량수불을 친견하고 불도를 이루어지게 하여지이다’라는 의미다.

부처님께서는 작은 공덕 하나라도 반드시 이웃과 나누라고 하셨다. 자기가 닦은 공덕을 혼자만 누리려는 것은 불자로서의 마음가짐이라 볼 수 없다. 내가 잘한 일의 결과는 남에게 돌리고 남이 잘못한 대가는 내가 달게 받겠다는 ‘회향’은 대승보살이 행하는 자비심의 극치다.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구제한다는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은 이 ‘회향’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남보다 더 많은 것을 가졌다면 누군가는 나보다 더 적게 소유해야 한다. 지금 내가 가진 것이 그들의 희생으로 얻어진 것임을 깨닫고 조건 없이 베풀어야 한다는 의미다. 부처님께서는 <화엄경>에서 말씀하셨다. “은혜를 아는 깨끗한 믿음으로 남에게 베풀면 이 세상에서나 저 세상에서나 그가 있는 곳 어디라도 그림자처럼 복된 갚음이 따르나니 인색한 마음 버리고 조건 없는 깨끗한 베풂을 실천하라. 이 세상에서나 저 세상에서나 기쁨은 항상 거기 있느니라.”

[불교신문3255/2016년12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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