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과 함께 했던 장로들이 읊은 깨달음과 수행 이야기

테라가타 장로게경

전재성 번역/ 한국빠알리성전협회

 

“거룩한 진리 깨닫고 나서

윤회는 모두 부수어졌고

운명은 뿌리째 뽑혔느니

이제 다시 태어남은 없다”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은 성지, 인도 보드가야 보리수나무. 지금도 전 세계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수행을 하고 있다.불교신문 자료사진

빠알리대장경 가운데 제5부 니까야에는 ‘테라가타’라는 경이 나온다. 소위 ‘장로들의 시’로 불리는 테라가타는 깨달음을 얻은 장로들이 읊은 오도송으로 1291수가 수록돼 있다. 독일의 노이만이 1889년 이를 번역해 소개하면서 알려졌으며, 1936년 일본에서 번역 출간한 바 있다. 또 일본의 불교학자 나까무라 하지메가 1982년 간략한 주석을 달아 <불제자의 고백>이란 제목으로 소개했다.

빠알리성전협회를 이끌고 있는 전재성 박사가 테라가타의 내용을 직역해 소개했다. <테라가타 장로게경>은 2500년 전 시의 원형을 볼 수 있고, 부처님 당시 제자들의 수행정진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깊다.

“거룩한 지리를 알지 못하는, 눈먼 일반 사람으로서, 나는 오랜 세월 윤회하며, 운명의 곳곳을 전전하였다/ 내가 방일을 여의자, 윤회는 부수어졌고, 운명의 길은 모두 뿌리째 뽑혔느니, 이제 결코 다시 태어남은 없다.”(밧지따 장로)

“푸르게 빛나는 보리수나무 아래, 그 무성한 나무 밑에서, 나는 새김을 확립하여, 깨달은 님에 대한 하나의 지각을 얻었다/ 지금부터 삼십일 겁 전에, 그 당시에 얻은 지각, 그 지각의 영향으로, 나는 일체의 번뇌를 부수었다.”(싼디따 장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수행한 결과, 지극한 깨달음을 얻은 장로들의 오도송이다. 장로들의 깨달음을 얻고나서 생사윤회에서 벗어났다는 마음을, 번뇌를 털어버린 즐거움을 이렇게 노래했다. 또 보리수나무 아래서 참선에 든 수행자들의 모습이 시를 통해 그려진다. 부처님 당시 윤회에 대한 인식도 시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테라가타에는 수행과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 뿐 아니라 사이비 수행자에 대한 준엄한 비판도 나온다. 사기꾼들, 협잡꾼들, 위증자들이 많은 수단을 동원해 물질적 이익을 취한다고 비판하면서, 올바른 수행자의 모습으로 살아갈 것을 서원하는 내용이다.

빠라싸리야 장로는 게송에서 “온갖 핑계를 도모하여, 수완과 술책으로 내달리며, 그들은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많은 재산을 쌓아 모은다/ 모임을 자주 갖지만, 일을 위한 것이지 가르침을 위한 것이 아니고, 그들은 남에게 가르침을 설하지만, 이익을 위한 것이지 의취를 위한 것이 아니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성취하지 못한 것을 성취하거나, 성취한 것을 수호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린 세태를 비판하고 있다. 빠라싸리야 장로는 30여 편으로 이어진 게송을 통해 “신발을 벗고 가시밭길을 걸어가듯, 그와 같은 성자라면, 새김을 확립하고 마을에서 유행해야 하리”라고 말한다. 장로들의 시가 한편 한편 부처님의 가르침이고, 수행과 포교의 중요함을 설한 것이다.

아누룻다 존자의 시에는 부처님 당시 수행자들의 모습을 옅보게 한다. “탁발에서 돌아와, 벗도 없이 홀로 있는 해탈자, 번뇌를 여읜 아누룻다가, 쓰레기에서 분소의를 찾고 있다/ 해탈자로서 슬기로운 자, 번뇌를 여읜 아누룻다는 분소의를 골라서 취하고, 세탁해서 염색하여 착용했다.” 부처님 가르침을 따라 수행하려는 자신의 의지를 시로 읊은 것이다.

테라가타를 번역한 전재성 박사는 “이 경을 통해 부처님에 가려진 제자들의 위대성을 발견할 수 있다. 경전에서는 장로들의 실제 크기를 알 수 없지만, 시를 통해 장로들이 얼마나 깊은 자애심을 지닌 자연시인이었는지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부처님 열반 후 경전 결집을 주도했던 마하가섭(마하 깟사빠)은 두타행을 고집하는 완고한 고행주의자처럼 비춰진다. 그러나 그의 시는 전혀 다르다. 

“처소에서 내려와서 나는 시내로 탁발하러 들어왔다, 음식을 먹고 있는 나병환자를 보고 공손히 그의 곁에 다가섰다, 문드러진 손으로 그는, 나에게 그의 음식 일부를 건넸다, 음식의 일부를 발우에 던질 때 그의 손가락도 그 곳에 떨어졌다.” 마치 일제시대 한센병 환자를 직접 돌보던 경허스님의 일화를 연상시키는 이 시는 수행자들의 깊은 자비심을 엿보게 한다.

장로들의 시는 오도송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수행을 하는 과정에서의 일화를 엮은 내용, 승단과 사회의 잘못을 지적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해 들을 수 있다.

[불교신문3255/2016년12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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