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슬픔 

공광규 지음 / 교유서가

“제철공장에 다니던 나는 글을 써야겠다고 뒤늦게 국문과에 입학했다. 시 공부를 하면서 등단 전에는 내가 평생 글을 쓸 수 있는 문에 들어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런데 등단 이후 관성으로 글을 써오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문득문득 들어 놀란다. 등단 30년. 짧은 세월이 아니다. 그간 낸 시집이 여섯권이다. 그러나 한손에 잡히는 분량이다.”

1986년 월간 <동서문학>으로 등단한 지 30년 세월을 맞은 공광규 시인이 자서전적 산문집을 발간했다. 담백한 자기 고백이면서, 시를 쓰는 방법에 대한 안내서이기도 한 책이다. 공 시인은 이 책에서 “글이란 자기의 경험이라는 한 우물에서 길어먹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우물의 맛이 항상 변하지 않듯, 글맛도 잘 변하지 않더라는 고백이다.

공 시인이 시에 관심을 가진 것은 중학교 3학년때다. 가난하고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저자는 도서관 바닥에 떨어져 있던 시집 한권을 주우면서 시와 만났다. 공업고등학교를 나와 제철소에서 일하다가 뒤늦게 대학에 들어갔다. “막연히 현실을 도피해 보려는 마음”도 많았다.

공 시인은 ‘은행나무와 절밥’을 비롯해 “경쟁과 속도에 매몰된 사회에서 벗어나 호젓한 오솔길을 걷는 행복”을 전하려고 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온 식구가 밥상에 둘러앉아 서로의 반찬이 되어주자”고 말한다. 그가 주창하는 것은 ‘행동주의 문학’이다.

공광규 시인은 시 창작법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첫째는 경험을 옮겨라는 것이다. “글 자체가 자신의 경험을 기록하는 것이다. 상상도 경험의 연장”이라는 시인은 “시를 위한 시를 쓰지 말고, 경험을 기록하라”고 조언한다. 둘째를 이야기를 꾸며내는 작업이다. 직간접 경험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통해 이야기를 재구성해 보라고 말한다. 셋째, 거짓없는 마음을 쓰는 것이다. “그간 쓴 시를 다시 읽어보면 거짓된 마음으로 쓴 것이 가장 후회스럽다”고 고백한다.

넷째는 스승이나 선배에게서 배워라. 그리고 재미있게 쓰며, 현재의 문제에 대해 쓰라고 말한다. “현재 감각되는 것, 현재 밥 먹고 사랑하고 노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와 미래는 추상이고 관념”이라는 주장이다. 끝으로 저자는 “쉽게 쓰라”고 권하다. 글은 사회적 약속인 문장을 통해 소통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어려운 시는 ‘표현의 미숙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 제목 ‘맑은 슬픔’은 이제 중년의 나이를 넘겨버린 저자가 나이가 든 어머니를 바라보는 심정을 함축한 말이다. 

“오일장이 서면 어머니는 걸음이 느린 나를 앞세우고 시장에 데리고 다니면서 막과자를 사주셨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아파서 걸음이 느린 어머니에게 막과자 봉지를 사서 드리고 집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에 슬픔이 밀려왔다. 눈물 글썽한 눈으로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눈물에 굴절돼 들어오는 겨울 별빛을 바라보다가, 맑은 슬픔이란 말을 생각해 냈다.”

공광규 시인은 그동안 <대학일기> <마른 잎 다시 살아나> 등 다수의 시집과 아동전기 <성철스님은 내 친구> <마음동자> 등을 펴낸 바 있다. 신라문학대상, 윤동주상 문학부문대상, 현대불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불교신문3255/2016년12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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