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대 선시 특강

무비스님 지음 / 조계종출판사

사고와 감정의 근원을 추적해

존재 본질을 깨닫고자 하는

수행법이 바로 선이다

깨달음은 언어 초월해 있으므로

문자를 떠나서 곧바로 

인간의 마음을 꿰뚫어야 한다는

선종의 태도를 표방한 선시…

심약불이(心若不異)

만법일여(萬法一如) 

일여체현(一如體玄) 

올이망연(兀爾忘緣)

➲ 대강백 무비스님은…1958년 범어사로 출가해 해인사 강원을 졸업하고 월정사에서 탄허스님의 법맥을 이었다. 통도사와 범어사 강주를 역임하고 은해사승가대학원장, 조계종 교육원장, 동국역경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부산 문수선원에서 스님과 재가신도 등을 대상으로 <화엄경>을 강의하고 있다. 경전 강좌와 경전 강설 집필에만 몰두하고 있으며, 현재 80여 권에 달하는 <대방광불화엄경 강설>을 집필 중이다.

마음이 만약 달라지지 않으면, 만법이 일여하다. 일여한 체는 깊고 깊고, 올연히 인연을 잊는다.

“승찬스님께서 꿈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우리 마음에 시비, 유무, 선악, 승속이라는 차별과 분별심이 없다면 그대로 다 한결같습니다. 한결같다고 하여 만법이 한 덩어리가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개별 현상이 낱낱이 그 자체로 무한한 능력을 발휘합니다.

만법이 일여하니 낱낱이 현묘해서 차별된 모든 존재를 잊어버립니다. 사람사람이 그대로 부처라는 말입니다. 모두가 알맹이지 쭉정이는 없습니다. 모든 존재는 연기에 의한 존재이기 때문에 어떠한 차별도 다 수용하여 차별을 차별로 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무비스님의 <신심명> 강의다.

무비스님이 <신심명>과 <증도가>, <대승찬>에 기록된 선시를 풀어 소개했다. 조사 스님의 어록으로 깨달음의 경지에서 본 ‘사람이란 무엇이며, 마음은 무엇인가’를 다른 내용이다. 

무비스님은 “조사 스님들의 어록을 보면 마음이 곧 부처고, 사람이 그대로 부처라는 인불사상(人佛思想)을 담은 말을 자주 볼 수 있다. 사고와 감정의 근원을 추적해 존재의 본질을 깨닫고자 하는 수행법이 바로 선이다. 진리의 깨달음이 언어를 초월해 있으므로 문자를 떠나서 곧바로 인간의 마음을 꿰뚫어야 한다는 선종의 태도를 표방한 견해”라며 삼대 선시의 의미를 전했다.

<신심명>은 중국 선종의 삼조 승찬스님이 지은 것으로 146구 584자로 된 짧은 글이다. 하지만 그 안에 팔만대장경과 1700공안의 요지가 모두 함축한 선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가전 나병을 앓았던 스님은 달마스님의 법을 이은 혜가스님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눈 뒤 마음의 이치를 깨닫고 그 자리에서 바로 출가를 했다.

“신심불이(信心不二) 불이신심(不二信心). 신심은 둘이 아니며, 둘이 아닌 것이 신심이다.” 무비스님은 “불교는 지혜로운 삶을 살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지혜롭고 이상적인 삶을 살수 있을까의 문제에 대해 승찬스님은 ‘지극한 도, 이상적인 삶을 사는 것은 어렵지 않으며 오직 간택함을 싫어할 뿐’이라고 말했다”며 “내 마음에 드는 것은 받아들이려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배척하려는 마음을 떠나면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신심명>과 함께 선시의 백미로 꼽히는 <증도가>는 영가스님이 깨달음을 얻고 지은 시구다.

“깊은 산에 들어가 적정한 곳에서 사니/ 산은 높고 골짜기는 깊어 낙락장송 숲속이로다/ 한가롭고 편안하게 야승의 움막에 조용히 앉아/ 호젓하고 쓸쓸하게 한가로이 사니 맑고 깨끗하기 이를 데 없다.”

천태종을 계승할 인물로 촉망받던 영가스님은 육조스님을 만나 깨달음을 인가받고 선종으로 돌아선다. 육조 혜능선사를 찾은 젊은 영가스님이 인사도 없이 주장자를 꽝 내려찍자 혜능선사는 “사문이라면 삼천가지 위의와 팔만가지 행실을 갖춰야 하는데, 그대는 어디서 왔길래 그리 도도하게 아만을 부리느냐”며 묻는다. “나고 죽는 일이 크고, 무상이 신속합니다.” 이에 혜능선사가 다시 묻는다. “죽고 사는 일이 중대하다면서 왜 본래 나고 죽음이 없는 도리를 깨닫지 못하는가.”

이로 시작해 선문답을 주고받다가 깨달음을 얻은 영가스님은 희열을 주체할 수 없어 증도가를 지었다. 

<대승찬>은 중국 위진 남북조 시대를 살았던 지공스님이 황제에게 바친 글로, 대승의 가르침을 시로 찬탄한 내용이다. 무비스님은 “여기서 대승이란 소승 대승의 차원이 아니라, 선불교 최고의 경지를 표현한 말”이라고 설명한다. “대승이란 곧 불성이고, 이 세상에는 오직 부처만이 존재한다”는 <법화경> 인즉시불(人卽是佛, 사람이 곧 부처)의 사상이라는 것이다.

“언어즉시대도(言語卽是大道) 불가단제번뇌(不假斷除煩惱). 언어가 그대로 큰 도이니, 번뇌를 끊어 제거하려고 하지 말라. 언어가 그대로 큰 도라는 견해가 아주 기상천외합니다. 사실은 말 외에 다른 무엇이 더 있겠습니까. 언어가 도인데, 번뇌야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말이 도라면 그 말은 번뇌로부터 나왔으니, 말의 어머니는 번뇌라는 말입니다. 번뇌야말로 진짜 도이지요.”

무비스님은 이처럼 게송 한편 한편의 의미를 설명하고, 다양한 경전을 인용해 뒷받침을 하고 있다. 스님은 “부처님과 역대 조사들은 언어를 넘어선 진리를 설파했지만, 언어를 떠나서 설명하지 않았다”며 “어떤 치우침 없이, 삶의 정수를 운율에 담아 전한 선시를 통해 자유로운 삶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불교에는 별별 가르침이 많습니다. 그중에서 최상승, 최고봉에 있는 진리를 깨닫는다면 남녀, 승속, 불교·기독교라는 분별마저 붙을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툭 터진, 그래서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고 누구와도 거래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지극한 진리이며 우리가 말하는 연기의 실천적 면입니다. 신심명과 증도가, 대승찬의 내용은 그러한 경지에서 불성을 전한 가르침입니다.”

[불교신문3255/2016년12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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