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나라의 혼란을 보면서 

충신 관중과 간신 역아의 

고사(故事)를 상기하니 

씁쓸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러나 만사는 

사필귀정(事必歸正)입니다

그릇된 것은 반드시 

바로잡히게 됩니다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의 궁중요리사인 역아는 환공의 애첩 장위희가 입맛을 잃자 뛰어난 요리솜씨로 그녀의 입맛이 돌아오게 해 환공의 환심을 샀습니다. 어느 날, 환공이 역아에게 “나는 모든 음식을 다 먹어보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람고기는 먹어보지 못해 그 맛이 궁금하다”고 농담을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역아는 자신의 세 살 난 아들을 삶아 만든 요리를 궁으로 들고 들어와 환공에게 바쳤습니다. 그러자 환공은 역아의 충성심에 탄복했습니다. 

환공이 자신 앞에서 협견첨소(脅肩諂笑, 윗사람 앞에서 옆구리와 어깨를 옹송그리고 웃으며 아첨하는 행위)하고, 교언영색(巧言令色, 윗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말을 교묘히 꾸미고 얼굴빛을 좋게 바꾸는 행위)하는 역아를 총애하자 간신(姦臣)들이 꼬여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들 가운데 개방이란 자는 약소국인 위나라 태자였으나 나라와 부모를 버리고 강대국인 제나라로 와서 환공의 신하가 됐고, 수조란 자는 신하들이 궁녀를 넘볼까봐 의심하는 환공을 안심시키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성기를 자릅니다. 이들은 권력과 재물을 얻기 위해서 자식을 죽이고 부모를 버리고 자신의 몸을 훼손했습니다. 이 얼마나 불인하고도 간교한 자들입니까?

환공이 명분과 대의에 어긋나게 행동하면 즉시 바른 길로 가도록 간하여 환공이 모든 제후들의 패자(覇者)가 되게 한 명재상 관중은 죽음에 이르러 역아와 개방과 수조는 물론 그들을 따르는 무리들을 중용하지 말도록 신신당부했습니다. 그러나 환공은 관중이 죽자 수조를 재상에 임명하고 역아와 개방에게 중책을 맡겼습니다. 이들은 중용되자 환공의 눈과 귀를 가리고 전횡을 일삼았으며, 마침내 환공을 허수아비로 만들어 냉궁(冷宮)에 가두어 굶겨 죽인 뒤 군대를 이끌고 궁궐로 쳐들어가 장위휘의 아들 무규를 왕의 자리에 앉혔습니다.

무규를 왕의 자리에 앉히자 환공의 정실부인에게서 태어난 네 명의 공자들은 “무규를 왕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격렬하게 싸움을 벌였고, 그 싸움은 67일 동안이나 지속됐습니다. 그 바람에 장례를 치르지 못한 환공의 시신은 방치돼 파리 떼와 구더기가 들끓었습니다.

눈에 보이게 충성하는 자는 대개가 다 간신입니다. 충신은 주군이 대의와 명분에 어긋나게 행동하면 자신에게 닥칠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바르게 간하여 주군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게 합니다. 그러나 간흉은 주군이 대의와 명분에 어긋나게 행동해도 맞장구를 치고 더욱더 부추기며 주군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데 급급합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 나라가 망하는 원인은 간흉들에 의해 국정이 농단되고, 그들에 의해 나라가 부패할대로 부패한 때문입니다. 나라가 부패하지 않고 건전하면 아무리 강력한 군대가 침략해 오더라도 백성들이 들고일어나 외침을 막아내 나라가 망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혼란을 보면서 충신 관중과 간신 역아의 고사(故事)를 상기하니 씁쓸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협견첨소와 교언영색으로 오늘 이 혼란과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킨 자들은 아직도 진정으로 반성하거나 참회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그들의 잘못을 비판하며 분노하는 국민들을 향해 가당치 않은 논리로 반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만사는 사필귀정(事必歸正)입니다. 그릇된 것은 반드시 바로잡히게 됩니다.

[불교신문3254/2016년12월3일자]

최탁환 논설위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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