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욕지족’하는 마음이 바탕 돼야 한다  

스님들 간, 스님과 불자 간 금전거래는 

자칫 서로에 대한 신뢰 떨어뜨리게 돼 

불법을 비난하는 상황까지 되지 않도록 

‘정인’ 소임과 같은 승가시스템 갖춰야

출세간의 깨달음과 교화를 중요시하는 불교교단에서도 적지 않은 시비와 분쟁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시비분쟁이 쉽게 조정되지 않고 극단적으로 표출되면서 세간인에게 실망감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율장에서 이익과 관련된 시비를 해소해 가는 방법에 대한 내용을 보면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분율장> 바라제목차(30니살기바일제) 가운데 열 번째 계목은 ‘기한 지나서 갑작스레 옷을 찾지 말라’이다. 이 계목에서는 임금이나 벼슬아치나 바라문이나 거사의 아내가 심부름하는 사람을 시켜 옷값을 보낼 적에 이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에 관한 처리방법이 상세하게 언급되어 있다. 

완성된 옷을 공양 올리지 않고 돈으로 공양을 올릴 때, 부처님 당시에는 스님들이 돈과 보물을 몸에 지니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되었을 때 ‘내가 이것을 받을 수 없으니 받을 수 있게 된 때에 받겠다’라고 대답하면, 공양을 올린 사람은 ‘절일을 맡아보는 이가 없습니까?’라고 물어서 절일을 맡아보는 정인(淨人)에게 가서 옷값을 주고 스님에게 다시 와서 ‘스님, 누구에게 옷값을 맡겼으니 필요할 때에 가서 찾으시라’고 알리는 것으로 옷보시를 하게 된다.

이렇게 옷보시를 받을 인연이 마련되었을 경우에 옷을 찾고자 하면 세 번까지는 옷값을 가진 이에게 가서 ‘옷을 찾아야겠으니 생각하고 준비해 주시오’라고 말하고, 그렇게 해도 옷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다시 여섯 번까지는 그 사람에게 가서 잠잠하게 서서 옷값을 받은 사람이 생각이 나도록 하여 옷을 찾으면 다행이지만 옷을 찾지 못했다가 그 후에 옷을 찾으면 니살기바일제죄가 성립되게 된다. 만약 여섯 차례까지 가서 옷을 찾지 못했을 경우에 옷값을 보시한 이에게 스스로 가거나 사람을 보내어 ‘당신이 지난번에 아무 비구에게 옷값을 보내었지만 그 비구가 끝내 그 옷을 찾지 못하였으니, 당신이 그 옷값을 찾고 잃어버리지 마시오’라고 해야 한다고 계상(戒相)부분에 설명되어 있다.

당시에 옷감은 대단히 귀한 물건이었고 이러한 정황에 대해서는 의건도(衣度)부분에서 다양한 사례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받게 된 옷 공양은 돈을 직접 만질 수 없는 제도 때문에 정인을 시켜서 일을 진행하다가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 세 번까지는 찾아가서 말을 하여 찾을 수 있도록 하고 그 후 여섯 번까지는 말을 하지 말고 ‘저 스님이 왜 자주 왔다가시지?’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권장되었는데, 이 경우 세 번까지는 참을 수 있지만 여섯 번에 가깝게 찾아 갔는데도 원하는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화가 나고 서운한 마음이 생겨서 싸움을 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그래서 이런 극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 말을 하지 못하게 하신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의 상황이면 좋은 마음으로 옷을 준비해 주는 일이 불가능하므로 바로 단념하는 일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옷값을 보시한 사람에게 알려서 옷값을 찾아가게 하고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마무리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계목에서는 옷값을 예로 들었지만 우리 주변에서도 돈이나 필요로 하는 각종 물건을 빌려 주었는데 자신이 필요로 할 때 받지 못해서 발생되는 각종 문제들이 적지 않게 발생할 수 있다. 가능하면 이러한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처신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불가피하게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 사회법을 통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상황까지는 가지 말았으면 한다. 스님들 간의 금전거래나 스님과 불자들 간의 금전거래가 자칫 서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이로 인해 불법을 비난하는 상황으로 발전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러한 사례가 발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승가구성원 개개인은 소욕지족(所欲知足)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승가공동체는 삶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들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중요한데, 이러한 방법에 관한 모범답안은 율장을 통해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불교신문3254/2016년12월3일자]

덕문스님 통도사 영축율학승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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