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게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순리를 따를 수 있는 ‘지혜’

어르신들과 대화를 통해 배운다 

템플스테이 지도법사로 지낸 지 벌써 8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연간 수천 명의 남녀노소, 직업, 연령, 국적을 불문하고 마음의 짐을 내려놓기 위해 ‘템플스테이’로 발걸음을 해주었다. 특히 내국인의 경우 크고 작은 삶의 무게로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지켜보는 나 또한 마음이 무거워진다. 어두운 낯빛, 깊은 한숨…. ‘사는 게 얼마나 지옥 같기에, 산사로 나를 찾아왔을까’ 하는 심정에 그 손을 맞잡고, 함께 울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저런 고민으로 내게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절에 가면, 스님을 만나면 혹은 템플스테이에 참여하면 마치 자신의 문제가 한방에 해결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온다는 점이다. 즉, 템플스테이 단 한번으로 자신의 인생이 순식간에 뒤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이른바 ‘로또’를 꿈꾸는 것이다. 

우리 속담 중에 ‘순리(順利)대로 살아라’는 말이 있다. 순리란, 말 그대로 도리(道理)를 따르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순리대로 처리하는 것이 제일 좋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인생을 착하게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순리를 따를 수 있는 지혜이다. 

국제선센터에서는 60세 이상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노래교실, 일명 ‘어르신 청춘 힐링 데일리 템플스테이’를 매주 수요일 오후에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잘 이루어질까 살짝 염려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영화도 상영하고, 차담도 나누고 명상시간도 진행한다. 예상과는 달리 삶의 거친 파도에 인생의 순리를 온몸으로 익히며 살아오신 어르신들은 놀랍게도 당신 자신에게 찾아온 노년의 삶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지내고 있었다. 차담 시간에는 딸뻘인 내가 하는 이야기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진심으로 공감과 격려의 눈빛을 보내주었다. 

그뿐인가. 노래교실 시간은 열기 그 자체다. 지휘자 선생님의 손놀림에 맞추어 어깨춤까지 들썩이는가 하면 주름진 얼굴에 퍼지는 홍조와 미소는 젊은이 못지않게, 아니 그 어떤 생명보다 싱그럽게 피어난다. 이런 어르신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래, 이게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순리고 인과로구나’ 하는 마음에 눈시울이 적셔지기도 한다. 

우주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인과의 원리로 운영된다. 부처님 가르침의 근본 역시 인과임을 다시 되새겨본다. 직업이 변변찮다고, 돈이 없다고, 나이가 들었다고 외면한다면 현실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인생이 고통스럽다면 자신의 발밑을 보며 기꺼이 그 고통을 끌어안고 어려움을 넘어서려는 겸손함을 어르신들에게 배운다. 

“서른둘에 남편을 잃고 식당에서 일하면서 4남매를 길렀소. 매일이 지옥이었지. 하루만 참자, 하루만 참자, 하면서 버텼지. 지나고 나니 살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벌써 손주만 일곱이거든.” 노래교실을 끝으로 이어진 차담 시간에 제 손을 꼭 잡고 이야기하던 백발이 성성한 노보살님의 음성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았다. 무수한 고통 속에서 순리대로 삶을 지켜낸 살아 있는 증거 같았기 때문이다. 

※ 대학에서 비교종교학을 전공한 보관 스님은 숭산 스님을 만나 참선 수행을 시작했다. 한국인이면서 미국인인 대봉스님에게서 가르침을 얻어 계룡산 국제선원으로 출가했다. 무상사, 화계사 국제선원에서 정진했으며 2013년 템플스테이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2014년에 발간한 <울화통캠프>가 있다.

[불교신문3254/2016년12월3일자]

보관스님 서울 국제선센터 국제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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