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순례 200회 맞은 한일선우회 

IMF로 없어진 ‘한일은행’ 직원

불교 제대로 배우자 ‘의기투합’

매월 한 차례 명찰 참배 지속

스님 설법 들으며 ‘참마음’ 닦아

지난 11월27일 남양주 봉선사에서 열린 수계법회를 마치고 회주 밀운스님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한일선우회 회원들.

드라마 <응답하라 1988>가 인기를 끌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 국민들의 일상과 애환을 극적으로 보여줬다. 1997년 IMF 경제대란도 다뤘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한일은행에 다녔다. 금융업계 구조조정에 따른 통폐합으로,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이름이다. 

현실 속의 한일은행 퇴직자들도 당시에 참담했다. 졸지에 직장을 잃은 사람들은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며 서로의 아픔을 달랬다. 재취업을 할까, 귀농을 할까 아니면 여태 일하느라 못 논 것 실컷 놀기라도 해볼까, 회한과 불안 섞인 말들은 소란스러웠으나 맥아리가 없었다. 

그 가운데 몇 명은 평소 불교에 관심이 있었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마음 속으로 불심(佛心)이 물들었다. 제대로 부처님 가르침을 공부하며 마음을 닦고 미래를 준비하자는 뜻들이 모였다. 한일선우회(韓一善友會)가 그렇게 창립됐다.

1999년 11월27일 강남포교원 성열스님이 자리를 내주어 17명이 법당에 모였다. 일단 매월 한 차례 국내 유명 사찰을 순례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200회를 맞았다. 한 달도 빼먹지 않았다. 회원들은 어느새 150명을 헤아린다. 지난 11월26일부터 27일까지 이어진 남양주 봉선사 순례에서 ‘역전의 동지’들은 조촐한 기념식을 열었다. 

한일선우회는 2000년 1월 오대산 상원사 적멸보궁 참배를 시작으로 매달 성지순례에 나섰다. 회원들의 신심을 증장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수계법회도 봉행하며 불자로서의 각오도 다졌다. 2012년 5월에는 중앙승가대 교수 보각스님을 지도법사로 추대했다. 스님이 운영하는 자재정사 복지관에서 1년에 한 번씩 자원봉사를 하며 보살행도 실천한다. 

11월27일 봉선사에서 이들을 만났다. 사찰순례는 1박2일간의 템플스테이 형식이다. 공손한 자세로 경내 곳곳을 걸으며 부처님 전에 기도하고 명찰의 역사를 배우는 모습이 경건하다.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이자 봉선사 회주인 밀운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불교에 대한 안목을 높였다. “오계(五戒)를 지키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원하는 바가 술술 풀리게 돼 있다”며 “오계를 지키는 그 마음이 바로 극락”이라는 수계(受戒) 법회 말씀에 용기를 얻었다. 

무엇보다 부부 중심으로 꾸려졌다는 것이 한일선우회의 특징이다. 서로가 서로를 법명으로 불러주는 데서도 법우로서의 우정이 선연하게 느껴진다. 어느새 대부분이 60대 중반을 맞은 회원들은 사찰순례를 통해 퇴직의 열패감과 무력감을 치유했다고 입을 모았다. 불교를 공부하며 내가 이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자각했다. 아울러 맑은 거울처럼 닦인 마음으로 앞으로도 건실하게 살아갈 것이라 말한다. 최재철(법산) 한일선우회 회장은 “유서 깊은 사찰에서 큰 스님들의 설법을 청해 들으면서 삶의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게 됐다”며 “늘 깨어 있는 자세로 이웃과 더불어 나누면서 인생을 아름답게 회향하겠다”고 역설했다.

[불교신문3254/2016년12월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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