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봉사 목조관음지장보살입상 등 6개 사찰 11구 불상 회수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지능1팀장 정연호 경감이 사건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14년 20개 사찰 48점 성보를 은닉해 징역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 사립박물관장 A씨가 이번에는 6개 사찰에서 도난당한 불상 11구를 은닉해 오다가 최근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총경 김청수)는 오늘(11월29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완주 위봉사 목조관음, 지장보살입상 등 11점을 회수하고 A씨와 매매알선을 하려했던 A씨 아들 B씨를 함께 검거했다고 밝혔다.

지능범죄수사대 지능1팀장 정연호 경감은 “불상 여러 구를 사찰이나 매매업체를 통해 거래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첩보를 듣고 수사에 착수했다”며 “피의자 A씨가 채무를 갚기 위해 암암리에 불상을 처분하려다가 경찰에 검거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회수된 성보는 위봉사 목조관음, 지장보살상 외에도 대흥사 천불전 목조아미타삼존불좌상, 문경 운암사 극락전 목조관음, 대세지보살좌상, 장수 팔성사 대웅전 목조아미타불좌상, 군위 법주사 보광명전 목조관음, 대세지보살좌상, 여주 용문사 관음전 목조관음보살좌상 등 11점이다.

대흥사 목조아미타삼존불좌상 복장에서 나온 개금중수기에는 '대흥사'라는 기록이 있어 해당 불상이 대흥사 불상임을 알려준다.

특히 위봉사 보살상과 대흥사 삼존불상은 국가지방문화재 보물로 지정될 가치가 충분하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최선일 문화재청 문화재 감정위원에 따르면 위봉사 관음, 지장보살상은 현재 보물 1842호로 지정된 익산 관음사 목조보살입상과 같은 시기에 조성됐다. 관음사 보살상에서 나온 발원문에 기록된 “1605년 조각승 원오스님이 위봉사 북암에 관음, 지장, 문수, 보현보살 4구를 조성했다”는 내용이 이를 증명한다. 대흥사 목조아미타삼존불좌상은 복장에서 조성발원문과 개금중수기가 함께 발견돼 의미 있다. 발원문에는 삼존불상은 1670년 봄에 조각승 색난, 천신, 충옥스님이 제작됐다고 적혀 있다. 나머지 6구 불상 역시 조선후기 불교조각의 양식적 특징과 조각승 계보연구에 중요한 성보들이다.

현재 A씨는 선의취득을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문화재 은닉과 유통혐의에 무게를 두고 있다. 1989년부터 1993년 사이에 성보가 도난당했고, 도난신고도 이뤄졌는데 이런 사실을 모르고 문화재 조예가 깊은 A씨가 성보를 구입했다는 점이나, 특히 대흥사 삼존불 개금중수기에 ‘대흥사’라는 사찰이름이 명확히 적혀있는데 몰랐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A씨는 2014년 문화재 은닉죄가 인정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구형받은 바 있다.

강상우 경위는 “A씨 등은 도난당한 불교성보를 구입한 즉시 성보를 포장해 어떤 전시나 연구, 조사 없이 20여 년 이상 박물관 뒤편에 위치한 종로구 원서동 무허가 건축물에 은닉해 단속을 피해왔다”며 “박물관에 근무했던 학예사나 직원들도 은닉장소를 몰랐고, 해당 불상에 대해 유물카드나 대장을 작성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는 1991년부터 1996년 경 사망한 문화재매매업자로부터 1억7천만 원을 주고 선의취득했다는 A씨의 주장과 상반된다.

11월29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피의자 A씨가 검찰에 송치되면서, 검찰조사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A씨가 은닉죄로 검찰에 기소될 경우 회수된 성보는 원 소장처인 사찰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불기소 될 경우 민사소송이 불가피하다.

한편 조계종은 오늘 오후 회수된 성보가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내용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6개 사찰 주지 스님들은 협의체를 구성해 도난문화재 환수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모았다.

위봉사 목조 관음지장보살입상.
대흥사 천불전 아미타삼존불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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